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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킹카 짝사랑한 ‘동성애’→우정 강조한 ‘브로맨스’…‘조폭고’ 드라마-웹소설 어떻게 달라졌나[선넘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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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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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학교가 싫다. 왜 나를 괴롭히는 걸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티빙·왓챠가 지난달 29일부터 공동 공개하는 드라마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조폭고)의 한 장면. 중년 남성 조폭 김득팔(이서진)은 왕따 고등학생 송이헌(윤찬영)이 쓴 일기를 우연히 읽다 이런 대목을 발견한다. 

득팔은 불의의 사고로 이헌의 몸에 ‘빙의’된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태블릿PC에 저장된 이헌의 일기를 찾았다. 이헌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를 읽던 중 이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이유를 찾은 것이다. 일기에서 이헌은 학교폭력을 당하는 삶을 토로하며 “다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 죽어 없어지고 싶다”고 썼다. 이헌이 육교에서 뛰어내린 건 소심한 성격과 왜소한 체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괴롭힘 받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리디북스 등에 2021~2022년 연재된 동명의 원작 웹소설에선 이 장면에 ‘동성애 코드’가 가득하다. 사실 이헌이 괴롭힘당하는 건 자신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웹소설에서 이헌은 “화장실에 들어가니까 안에 있던 애들이 나왔다. 게이 새끼랑 같이 화장실을 쓰기 싫다고 한다”고 토로한다. “처음 보는 애들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게이인 걸 알고 있다”는 대목에서 이헌이 괴롭힘당한 이유가 동성애자라는 점을 찾을 수 있다.


●“고개만 돌리면 세경이가”…‘동성애’ 가득한 원작

이처럼 웹소설은 대놓고 동성애 작품이다. 웹소설 제목엔 남성 간 연애물인 ‘BL’(Boys Love)임이 명시돼 있다. 독자가 읽으려면 19세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교복을 입은 두 남자 고등학생이 기대고 있는 표지도 동성애 작품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원작에선 일기에서도 이헌은 동성 친구인 최세경(봉재현)을 좋아하는 마음을 짙게 고백한다. “고개만 돌리면 반대쪽 창가 자리에 앉은 세경이가 작게 보인다. 턱을 괴고 웃는 세경이가”라며 몰래 세경을 짝사랑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세경이가 사탕을 줬다. 추파춥스 딸기 맛. 기억하고 싶어서 일기를 쓴다. …(중략)… 세경이. 최세경. 불러보고 싶다. 세경아.”


● 사랑의 이유는 ‘동경’

사실 ‘조폭고’에서 이헌이 세경을 사랑하는 이유는 ‘동경’ 때문이다. 왜소하고 친구들과 어룰리지 못하는 자신과 다르게 완벽한 외모와 성격으로 ‘킹카’처럼 사는 세경이 부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헌의 몸에 빙의한 득팔은 세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기생오라비 같지만 야시시하니 여자들이 환장하게 생겼고, 키도 큼직해 허우대는 멀쩡했다. 저런 학생이 아들이라면 부모님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중략)… 그 짧은 사이에 눈웃음을 몇 번이나 친 건지. 어쩐지 야살스러운 눈웃음이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세경과 달리 이헌의 삶은 비참하다. 이헌이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떠들던 웃음을 뚝 끊었다. 친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이 앉아” 있고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게 삶이다. 여자애들한테 친한 척을 하면 표정이 썩어가기 일쑤다. 더군다나 이헌의 삶을 채우는 건 학교폭력. 학폭에 시달리는 삶을 이헌은 “안 보이는 곳만 때린다. 명치랑 허벅지가 얼룩덜룩하다.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다”고 묘사한다.


● 시장성 고려해 드라마는 ‘브로맨스’로

반면 아시아 OTT 플랫폼 VIU에서 태국·인도네시아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는 BL 장르가 아닌 조폭이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의 몸에 빙의한다는 설정에 치중했다. 예를 들어 일기에서 이헌이 “세경이도 같은 반이라서 좋다. 세경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 정도로 짧게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도 드라마는 세경과의 관계를 ‘우정’으로만 선 긋는다. 재벌의 혼외자로 숨죽이며 살아간는 이헌과 검사 아빠 아래에서 힘들게 삶을 버텨나가는 세경이 서로를 위로하며 청춘을 버텨나가는 과정을 친구 사이로만 한정한 것. 마치 남자들의 우정인 ‘브로맨스’를 그리는 홍콩 누아르 영화처럼 느껴진다.

사실 웹소설, 웹툰 시장에서 동성애 작품은 인기 있는 장르다. 특히 여성 독자들이 BL 작품을 많이 소비한다. 팬들이 아이돌을 소재로 가상소설을 쓰는 ‘팬픽’에서 시작된 흐름이 다양한 BL 작품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대중성이 높은 장르에서 동성애 코드는 시장성이 부족하다. ‘조폭고’ 제작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L 장르는 제작비 투자나 회수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이 작품은 브로맨스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성택 감독은 2022년 BL드라마 ‘수업중입니다’도 연출한 바 있지만 각색을 새롭게 한 셈이다.


● 90도 인사, 결투 장면조폭 미화 비판도

다만 드라마는 조폭을 미화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조폭인 득팔이 오랫동안 모범 시민으로 살아오기 꿈꿨으나 가난 때문에 삶의 궤적이 바뀌었다거나 수능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조폭 코미디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드라마 속에서 득팔이 선생님을 존경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점도 2000년대 초반을 흔든 영화 ‘두사부일체’, ‘달마야 놀자’처럼 조폭 코미디의 전형을 떠올리게 한다. 콘텐츠 표현의 자유가 높은 웹소설을 드라마화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득팔이 빙의한 이헌은 첫 등굣길에 명찰을 다는 것을 깜빡하지만 선생님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고 소리친다. 선생님은 이런 이헌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용서해준다. 또 이헌이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을 결투로 싸우는 장면도 조폭 간 결투를 생각나게 한다. 조폭 영화가 마구잡이로 양산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때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조폭 드라마가 유행한다는 점은 어쩐지 씁쓸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3737?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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