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부하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갑질로 최초 중징계를 받았던 방위사업청 소속 육군 대령 A씨가 국방부의 항고 심사에서 경징계로 감경됐다. 사건 당시 대령 진급 예정이었던 A씨는 정상 진급했지만 조직 내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는 전역을 앞두고 있다. 군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조사와 징계가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녁, 한밤중, 새벽을 가리지 않는 술자리 요구
“날 ‘오피스 와이프’로 여기나 싶었다”
방사청 중징계→군 항고심사위 경징계 감경
“회의는 비공개, 개인정보 제공 불가능”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와 A씨는 2021년부터 방사청 내 같은 팀에서 근무했다. A씨는 퇴근 후 술에 취해 이씨에게 연락하거나 회식 자리로 부르고, 자신의 원룸으로 가서 술을 먹자고 제안하는 일이 잦았다. 이들의 메신저 대화 기록을 보면 A씨 연락은 저녁, 한밤중, 새벽 등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이씨는 “주말 부부인 A씨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오피스 와이프’로 여기나 싶었다”며 “술 취한 밤 전화해서 자기 집으로 오라고 강요하고 메신저에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찍어보내며 일방적으로 괴롭혔다”고 말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채 ‘내무 사열을 하겠다’며 이씨 집에 오기도 했다. 이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외모 평가나 사생활 침해성 발언도 있었다. 2022년 1월쯤 A씨는 본인의 원룸에서 함께 술을 먹던 이씨에게 “왜 결혼을 안 하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가 “저보다 선배인 ○○ 중령도 그렇고 나이 많아도 안 하는 사람 많은데 뭘 그러시냐”고 하자, A씨는 “거기(○○ 중령)는 얼굴 보면 못 간거지, 너는 안 간거고”라고 했다. 또 A씨 숙소에는 속옷 빨래가 걸려 있었고, 화장실 문이 고장나 사용을 꺼리자 A씨는 “그냥 쓰라”고 하는 등 성적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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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징계 상관없이 대령으로 진급
‘비사관’ 이씨는 진급 안돼 전역 예정
이씨 “잘못한 사람이 군에 남는 게 부당”
A씨 측 “소송 통해 사실 밝혀질 것”
이씨는 A씨 외 가해자들에게도 ‘보복성 고소’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신고할 당시 육군 대령 B씨, 중령 C씨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과 성추행 등으로 신고했다. B씨는 2020년 술자리에서 이씨에 대해 ‘얼굴이 성형수술이다. 술자리에서 쓰러졌는데 팬티까지 다봤다. 덤벙댄다’고 했고, C씨는 ‘부장님께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고, ‘너도 진급하려면 치마 입으면서 섹시미를 어필하라’고 말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 신고 이후 B, C씨는 이를 부정하며 반소를 제기했다. B씨는 오히려 이씨가 2020년 회식 자리에서 자신을 성추행했고 인사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C씨 역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거짓말 탐지기 검사까지 받았다”며 “이씨가 무고 가해자라는 사실은 앞으로 소송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B씨에 대해 아직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C씨에 대해서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 징계가 감경되자 C씨도 징계에 대한 항고 심사를 신청했으며 B, C씨는 이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B, C씨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사 청탁이나 신체 접촉은 있지도 않은 일이고 B씨가 주장하는 강제추행은 2020년 군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이라며 “4년 전에 무혐의가 난 일을 다시 끌고 와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는 건 보복성 고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군대 내에서 문제 제기한 사람만 배제되고, 무고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이 너무 답답합니다. 제가 목숨을 끊어야 제대로 조사할 것이란 생각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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