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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요? 제가요? 왜 내요?"…몰래 '조용한 휴가' 가는 그들

무명의 더쿠 | 07-01 | 조회 수 11833

‘조용한 사직’ ‘조용한 해고’ 이은 ‘조용한~’ 3탄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가 국내외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조용히 확산하고 있다. 정상 근무일인데 일하는 시늉만 하고 개인 볼일을 보며 소극적으로 쉬는 업무 태도를 뜻한다. 사표 안 내고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거나 직급을 낮춰 버리는 ‘조용한 해고(Quiet firing)’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조용한’ 시리즈다. 깔끔하게 연차를 쓰면 될 일을 왜? 이런 직장인들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조용한 휴가라 쓰고 ‘업무 태만’이라 읽는, 이 행동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조모(34)씨는 석가탄신일이던 지난달 15일 수요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박5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조씨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쓸 수 있는 금요 휴무를 이 주에 활용하기로 했다. 목요일 하루만 연차를 쓰면 일요일까지 5일 연속으로 쉴 수 있는데도 조씨는 목요일에 연차 대신 재택근무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노트북 들고 제주도에 가서 하루만 일하면 되는데, 굳이 연차를 내서 ‘5일 연속 놀겠다는 애’로 찍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용한 휴가의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조씨처럼 휴가지로 떠나버리는 유형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기업들이 도입한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과 비슷하다. 하지만 회사에 자신의 위치를 알린 후 업무시간 이후 휴양을 즐기는 워케이션과 달리, 조용한 휴가는 휴양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의 근무지를 체크하지 않는 IT산업 종사자나 전문직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보다 좀 더 소극적으로 집이나 인근 카페에 머물며 최소한의 일만 하는 방식도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IT기업 직원 이모(35)씨는 연말연시엔 자체적으로 조용한 휴가를 떠난다. 근무일, 근무시간 중에도 집에서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마치 주말처럼 휴식을 즐기는 식이다. 일상 업무와 거리가 있지만, 업무와 관련된 리포트를 읽으면서 종일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회사에서 연락이 올 수 있으니 자리를 뜨지는 않지만, 평소보다 여유롭게 요리해 먹거나, 집 안에서 ‘홈트’(홈트레이닝)도 즐기면서 업무시간을 활용한다. 이씨는 “바쁠 때는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할 때가 많은데, 일 좀 없을 때 이런 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건 내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여론조사기업 해리스폴이 지난 4월 미국 내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M)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 출생자) 근로자 중 37%가 ‘상사나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쉬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꼴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M세대 약 500명 중 38%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였다고도 답했다. 눈에 띄는 건 Z세대(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보다 M세대에서 이런 경향성이 더 뚜렸했다는 점이다.

 

목소리 큰 Z세대와 달리…M들은 조용히 불만 해결


조사를 진행한 해리스폴은 “직장 내에서 목소리가 큰 Z세대와 달리 M세대 직장인들은 문제를 스스로, 조용히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 틱토커는 조용한 휴가에 대해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바보야, 이걸 기사로 쓰면 어떡해. 너 때문에 내 휴가 망쳤잖아”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그동안 회사 몰래 놀면서, 쉬면서 일해 왔는데 기사화가 되면서 자신의 ‘기밀’이 낱낱이 공개돼 버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영상에 13만 개의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일과 삶 가운데 개인의 삶에 더 무게를 두면서 조용한 휴가는 워라밸을 사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가 쉐인 코인은 “팬데믹을 계기로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돌아본 젊은 세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며 “이들이 휴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방안을 모색하면서 조용한 휴가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이나 타의에 자기 삶이 휘둘린다고 느끼던 젊은 직장인들이 업무로부터 정신적·정서적으로 이탈하려는 흐름은 일종의 저항이라는 해석이다.

 

조용한 휴가는 ‘유급휴가를 낭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해리스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56%는 휴가나 휴일 중에 업무 관련 전화나 미팅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휴가 중에 업무 관련 일을 하면 개인의 유급휴가를 침해받는 것이니, 차라리 휴가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급휴가를 아껴둔다는 것이다.

 

성과평가 약한 한국 기업…몰래휴가 퍼지면 큰 손실


조용한 휴가를 택하는 이들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김한솔 HSG 조직갈등연구소장은 “연차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에선 쉬겠다고 해도 회사나 상사가 안 받아줄 것 같아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도 심하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기업 입장에서 조용한 휴가는 ‘악몽’일 수 있다. 김 소장은 “사과상자 속 사과 하나가 썩으면 점점 다른 사과들도 썩어 가듯, 몇몇 직원의 태만한 행동은 주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동료들이 ‘왜 나만 멍청하게 성실하게 일하지?’ 하며 억울해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는 이런 분위기가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절 미국에서는 ‘재택근무(work from home)’보단 업무 위치에 대한 제약이 덜한 ‘원격근무(work from anywhere)’ 개념이 강했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미국에서는 성과 평가를 통해 연봉이나 처우를 정하는 문화가 강하고, 노동시장도 한국보다 훨씬 유연하다”며 “월, 화 이틀간 조용한 휴가를 보내도 수, 목, 금요일엔 열심히 일해 내 몫의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린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한국은 일반 직원들의 성과를 엄격하게 숫자로 산출하지는 않는 편이고, 그 결과가 나빠도 해고로 바로 직결되지 않기에 조용한 휴가가 조금이라도 퍼지면 기업에 심각한 손실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제 핵심은 ‘소통 부재’…원격근무 룰 명확히해야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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