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 달부터 1000엔·5000엔·1만엔권 등 화폐 3종을 교체 발행한다. 1000엔권과 5000엔권의 인물이 바뀌는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특히 1만엔권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인물이 교체된다.
이 가운데 최고액권인 1만엔권의 새 얼굴은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차지했다.
시부사와는 일본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친 인물이다. 제1국립은행, 도쿄가스 등 500여개 기업의 설립·육성에 관여하며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일본에서는 혁혁한 공을 세운 경제 관료로 평가되지만, 한국에서는 구한말 시절 한반도에 철도를 부설하고 경성전기(한국전력 전신) 사장을 맡는 등 일제강점기 경제 침탈에 앞장서며 악명을 날렸다.
시부사와는 대한제국 시절에는 이권 침탈을 위해 첫 근대적 지폐 발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지폐(1원·5원·10원권)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한국 관료들에게 치욕을 안겼다.
특히 그는 1901년 대한제국이 외국 돈의 유통 금지와 금본위 제도의 채택을 골자로 하는 ‘자주적 화폐 조례’를 발표하자 일본 제일은행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한 뒤 무력시위를 통해 대한제국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일본은 새 지폐 발행 이유로 ‘위조 방지’ 등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외 자동판매기·자동현금입출금기(ATM) 등 교체 수요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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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만엔권의 새 주인공을 두고 최근 경색이 풀린 한일관계가 다시 냉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새 화폐 도안 자체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정권을 잡은 2019년에 결정된 것이지만, 이 계획이 그대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양국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아직도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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