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너무 꿈만 같아요. 아직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박병호 더비'로 주목 받았던 경기. 진짜 주인공은 만년 백업 타자 홍현빈이었다. 백업의 설움을 단 한번의 스윙으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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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빈은 이날 8회초 우익수 대수비로 투입된 상태였다. 그리고 오승환을 상대한 홍현빈은 주저 없이 초구를 강하게 타격했다. 우익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장타.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KT가 5대4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박병호와 오재일의 맞대결이 주목 받았지만, 진짜 승리의 주인공은 홍현빈이 됐다.
경기 후 팀 동료들이 쏟은 물에 흠뻑 젖은 홍현빈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프로 9년차만에 처음 친 끝내기 안타였기 때문이다. 홍현빈은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홍현빈은 끝내기 상황에 대해 "9회초 수비 끝나고 들어오면서, 9회말 타순을 봤을때 잘하면 내가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오긴 하겠다라는 생각을 잠깐하긴 했었다. 그런데 이게 실제가 되면서 믿기지 않는다"면서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었다. (김)건형이형이나 (강)현우도 준비하고 있었고, 대기 선수들이 몇명 남아있었기 때문에 찬스가 되면 대타를 써서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타석에 들어섰는데 최만호 코치님이 바꾼다고 하시길래 보니까 1루 대주자를 바꾸는 거였다. 그래서 '됐다, 내가 친다'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돌이켰다.
이어 "현우 타석에서 되게 어렵게 어렵게 승부를 하더라. 제 뒤 타자가 로하스고, KBO 최고의 타자라고 생각하기 떄문에 나에게도 어렵게 승부하겠다고 생각해서 높은 변화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코스대로 왔는데, 생각한대로 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끝났다. (1루주자)건형이형 제발 들어와라'는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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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빈은 "제가 아무래도 주전이 아니고 백업으로 오래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사실 다들 9회에 기대를 안했을 것이다. 그냥 삼진이나 병살만 치지 마라 이런 생각으로 계셨을건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선배님들도 당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이어 "작년이 저에게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냈다. 올해는 마인드를 다시 다잡고, 묵묵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해왔다.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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