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욘사마' 배용준의 뒤를 잇는 '횹사마' 채종협의 인기가 대단하다. 다시 부는 한류 열풍 덕에 'K-배우'들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외국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2년간 한국에서 활동하며 한국 영화 '대치동 스캔들'의 주연을 맡은 일본 배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JTBC 예능 '비정상회담'으로 널리 얼굴을 알린 타쿠야다.
타쿠야는 1992년생으로 일본 이바라키현 출신이다. 본명은 테라다 타쿠야. 지난 2012년 한국 연예계에 아이돌로 데뷔했고, 2014년부터 '비정상회담'의 일본 대표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88cm의 키에 샤프한 외모, 차분한 성품에 적절한 유머감각을 갖춰 재한 외국인 방송인으로 손색이 없어 제작진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그다.
현재 '톡파원 25시'에서도 활약 중인 타쿠야는 대중에 방송인으로 더 익숙하지만 가슴 한켠에 긴 시간 배우의 꿈을 품고 있었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과 인지도를 갖췄음에도 타쿠야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천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한국인 역할 오디션에도 참가할 만큼 진심을 다해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단편영화 ‘할아버지이짱’, 독립영화 ‘독친’에 출연한 데 이어 지난 19일 개봉한 '대치동 스캔들'에서는 미치오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주연을 맡은 영화 '대치동 스캔들'이 드디어 개봉했다. 처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영화를 연출한 김수인 감독님이 작년에 개봉한 '독친'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랑 처음 같이 작업을 했죠. 그걸 찍고 나서 작년 크리스마스 때 선물이라며 대본을 보내주셨어요. 대본을 보니 역할도 끌리고 시나리오도 재미있더라고요. 저랑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감독은 왜 타쿠야에게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낸 걸까. 혹시 이야기를 들은 부분이 있나.
"감독님과 '독친' 때 미팅을 했는데 아마 그때부터 '대치동 스캔들'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던 거 같아요. 교포 역할이 있었는데 당시엔 미국쪽 교포 역을 생각하신 거 같더라고요. 저랑 처음 봤는데 '이런 작품 만들 거 같은데 생각 있냐'라고 그때 이미 얘길 해주셨죠. 저는 당연히 하면 좋겠다고 했고요. 이후에 미국 교포 역할을 일본 쪽으로 바꾸면서 저한테 맞춰 대본을 변경해 주셨어요. 그런 부분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됐나. 완성된 작품을 처음 본 소감은.
"한 달 조금 넘게 촬영했어요. 빨리 찍었고 제 생각보다 빠르게 개봉이 됐죠.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좋았는데 따로 한번 더 일반 관객들이랑 같이 봤어요. 두 번 보니까 더 자세히 보이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관객과는 다른 시선일 수밖에 없잖아요. 단순히 영화를 즐긴다기보다 제 연기에 대해 아쉬운 점도 보이고 이 장면은 괜찮다는 것도 보이고 좀 스스로를 평가하게 되더라고요."
미치오 캐릭터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 타쿠야와 닮은 점은 무엇인가.
"배경 자체는 저랑 비슷해요. 타지에 와서 언어 공부를 하거나 문화 생활하는 부분에선 비슷한 점이 많죠.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요. 저는 대학 시절을 못 보냈지만 연습생이나 단체 생활을 해봤으니까 그런 점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대학 생활을 못한 게 아쉽진 않지만 궁금하긴 해요. 성격은 미치오가 저보다는 좀 더 밝지만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심이 많은 친구거든요. 사고방식이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개봉을 앞두고 열린 VIP 시사회 때는 친구들을 초대했나.
"시사회 때 친구들은 안 부르고 주변 스태프들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사람들 반응이 좋았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개봉하고 나서 댓글도 많이 찾아봤는데 (관객들이) 제 얘길 많이 해줘서 고마웠어요. 원래는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
-처음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시기는 언제인지.
"어릴 때부터 꿈꿨어요. 제가 일본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는데 드라마, 연극을 했었거든요. 그때부터 연기가 재밌었고, 어릴 때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수, 모델도 해봤지만 배우가 특히 좋았던 건 연기는 정답이 없다고 하잖아요. 계속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니까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죠. 저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자체가 재밌고 좋았고요. 꾸준히 연기자에 대한 꿈은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많은 배우들이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 같더라.
"맞아요. 저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고,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아무나 못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저도 이제 30대가 됐고 어느 정도 틀에 갇혀있다고 하긴 그렇지만 정해진 길을 가고 있잖아요.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대학생으로도 살아갈 수 있고, 다음 작품에선 결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군인이 될 수도 있을 거고 많은 선택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기대가 커요."
-톱배우들도 과거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던데 타쿠야도 오디션을 많이 봤나. 외국인이라서 제약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럼요. 작품 오디션도 간간이 보고 있어요. 한국 사람 역할로도 본 적이 있고요. 한국에서 외국인이 연기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긴 해요. 하지만 '어렵다고 안 하면 누가 해?' 하는 정신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할 거면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죠.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면 해보고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포기하기는 싫거든요."
-실제 타쿠야는 의리 있고 속이 깊다고 들었다.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도 있는지?
"따로 노력은 안 하는데 몸에 그런 게 배어있긴 해요. 어릴 때 운동부를 해서 그런지 선후배 관계도 익숙하고요. 한국의 형 동생 문화를 좋아해요. 일본에는 없는 문화거든요. 형이나 동생이란 호칭은 있는데 누구 님, 누구 씨라고 불러요. 한국에서는 '형'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오고,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따듯하게 느껴져요. 저를 따라주는 사람을 잘 챙기고 싶고, 반대로 저보다 윗사람에게는 잘 다가갈 수 있고요."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예전엔 스크린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인사하는 것, 스크린 앞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이번에 달성했으니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일본이나 해외 영화도 찍으면 좋겠고 하고 싶은 것들은 정말 많아요. 꾸준히 노력할 테니 지금까지의 저보다 앞으로의 저를 더 기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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