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6월27일에도 소아 응급실의 불은 켜졌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전국에 10곳밖에 없다. 격무에 시달려도 김 교수가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소아응급의료의 허리가 끊어진 기분"이라며 "이대로라면 남은 의료진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 빈자리를 교수들이 메우고 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전공의 한 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교수 3~4명이 필요하다. 교수들의 체력이 전공의만큼 따라주지 않아서다. 할 수 없이 교수들끼리 번갈아가면서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스태프들도 이제 체력적 한계 다다르고 있다. 감기에 한 번 걸리면 한 달 내내 앓는 건 기본이고, 유산을 여러 번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했다. 현장에서 도움이 됐나.
"정부가 공보의·군의관 인건비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예비비 1285억원을 투입했다. 차라리 이 돈을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직접 지원해 줬으면 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보의나 군의관이 투입되면 그들을 가르치는 에너지가 필요 이상으로 소모된다. 이들이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새로운 인력이 투입돼서 혼란이 가중된다."
결국 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가.
"응급실에서 하는 시술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기도삽관이다. 수가가 고작 5만원 정도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10배 이상은 올려야 하지 않겠나. 소아 중환자실은 수익에 비해 인건비가 더 많이 나온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소아 중환자실 병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누가 보겠는가."
정부가 2028년까지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10조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믿지 않는다. 수가 문제에 대해서 의사들이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십 년 동안 계속 얘기해 왔다. 그때마다 무시하다가 숫자놀이하면서 인상하겠다는 말은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순천향천안병원에 소아응급 의사가 0명이 됐다. 전국으로 영향을 미칠까.
"소아응급실에는 도미노 현상과 쏠림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도미노 현상은 스텝 한 명이 나가면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환자들은 옆 병원에 쏠리지 않겠는가. 그러면 옆 병원 의료진에게 업무가 과중되고, 격무에 시달린 이들이 병원을 그만둘 것이다."
정부는 의사가 늘면 필수의료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한다.
"'낙수효과'라는 말이 진짜 나쁘다. 그러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한 사람은 소신 없이 낙수 때문에 간 것인가. 소아과가 비교적 인기는 없어도 봉사 정신이 있고 보람을 느끼는 의사들이 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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