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바로 옆 동료 가족의 일이 될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저희 <충북인뉴스>에서 일하는 기자의 배우자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막내를 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유가족'이 된 저희들의 동료는 사고 직전까지 오송참사를 비롯한 산재사망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입니다.
누구보다도 참사에 분노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을 누볐습니다.
지금 그는 화성 화재 참사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다만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취재하는 기자의 모습이 아니라, 슬픔을 머금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모습입니다.
다른 기자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하나 하나 파악해 취재기록에 담아둡니다.
참사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미처 몰랐습니다. 수많은 참사를 목격하면서도 이것이 바로 나와 동료의 이야기가 될 줄을 진즉에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1년에 2000여 명 남짓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말이죠.
모든 사람들의 목숨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참사를 겪으면서도 결국 비용의 문제로 참사를 덮어둡니다.
지금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국민들을 사랑한다면서도 결국은 기업의 비용과 이윤의 문제 때문에 뒤로 미루자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업의 이윤과 비용이 죽은 목숨을 살려내지는 못합니다.
어제까지 오송참사 현장을 누비던 저희 동료기자가 절망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절망합니다.
아침에 출근했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정말 두 눈 똑바로 뜨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아리셀 공장의 화재참사로 희생된 23명의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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