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
쉽지 않다. 베테랑 배우도 마찬가지다. 단, 37년차 배우 이성민은 다르다. 그는 분명 다작을 하는 배우다. 그러나 뻔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영역의 경계가 없다. 작품마다 연기 톤을 무한대로 변주한다. 소시민의 얼굴부터 전문직, 재벌 회장님, 심지어 대통령까지 찰떡같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B급 감성 충만한 코미디 영화를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훨훨 날았다. 영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로 '아재미'를 폭발시켰다.
"대놓고 코미디 영화를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객을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로 만날 기회라고 생각했죠. 정말 너무 좋았어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로운 연기였거든요."
'디스패치'가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성민을 만났다. '핸섬가이' 변신기를 들었고, 배우 이성민의 진가를 느꼈다.
(※ 이 기사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비호감 입은, 호감 배우"
'핸섬가이즈'는 오컬트 코미디 영화다. 범죄자급 외모 탓에 오해에 시달리는 두 남자가 주인공. 둘이 구입한 전원주택에 악령이 부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성민이 재필을 연기했다. 그는 호감형 비주얼을 험상궂게 (비호감으로) 바꿨다. 그는 "비호감을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는 너스레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재필의 외모. 어떻게 구현했을까. 이성민은 "다큐멘터리를 보다 멧돼지 사냥하시는 분의 자료를 봤다.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상팀에서도 그런(사냥꾼) 스타일 의상을 고르셔서 캐릭터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안개 속 인물들이 점점 가까이 오는 느낌? 이희준과 첫 피팅을 했는데, 그때 자신감이 확 생겼죠."
이성민은 '피지컬' 연기도 펼친다. 런닝 위로 빨갛게 탄 목, 허옇고 출렁이는 뱃살 등이다. 이 디테일에 이희준이 "경쟁심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거친 일을 하는 분이라 피부가 탔을 거라 생각했어요. 허연 속살요? 그거 분장 아닙니다. 제 배입니다. (웃음) 우리가 겉모습은 검고 거칠어도, 속은 흰 사람들이란 의미로 합리화했죠."
◆ "이성민은, 코미디도 잘한다"
얼마나 웃고, 어떻게 웃겼을까? 이성민을 포함한 출연진들은 모두 애드리브를 강조했다. 관객의 웃음을 위해 몸을 불살랐다는 것. 현장에서 다채롭게 여러 버전의 즉흥 연기를 펼쳤다.
"다양한 강도의 (코미디) 연기로 배리에이션을 많이 했죠. 남 감독님께서 그런 배려를 해주셨고,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열어주셨어요. 배우들의 창작욕이 엄청 불탔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았습니다."
그는 "정제된 연기는 호흡 하나까지도 계산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며 "한데 핸섬가이즈는 한계가 없었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설사 NG가 나더라도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일례로, 재필이 톱을 든 채 말벌떼에 쫓기는 신. 이성민은 퉁퉁 부은 얼굴로 개그를 펼쳤다. 이는 이성민의 아이디어. 남 감독이 의도한 것보다 한층 과한 분장이었다.
"이상한 짓을 해야 했어요. 혀 내밀고, 침을 흘리고….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도 '현타'가 자주 왔었어요. 벌에 쏘인 얼굴도 그런 (행동) 애드리브라 볼 수 있겠죠. 분장을 과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자유 안에서도 '그냥'은 없었다. "연기할 땐 늘 불안하다. 과하지 않을까? 이래도 될까? 등 여러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안전한 버전, 과한 버전, 적절한 버전 등 여러 번을 촬영했다"고 부연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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