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420&page=2&total=74
더쿠 공지에 맞지 않는 부분을 생락하거나 내가 읽기에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만을 퍼온거라서 원 링크가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함
20대 여성 10명 중 4명(41.7%)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 평균(20.8%)의 두 배다. 20대 여성은 다른 세대의 여성들과 비교해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비율이 현격히 높았다.
‘페미니스트’라는 용어가 마치 과거의 ‘빨갱이’ ‘종북’처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해외 언론이 관심을 갖고 기사화할 만큼 특이한 사회현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20대 여성 중 41.7%가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페미니스트와의 관계 수용에 대해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호의적이었다. 이웃(56.4%), 직장 동료(61.1%), 친구(48.4%), 가족(38.7%)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각 관계에 대해 복수 응답 가능).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평균 기준으로 34.5%에 달했는데, 20대 여성에서는 12.3%에 불과했다. 대조적으로 20대 남성 가운데서는 무려 66.6%가 페미니스트를 인간관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20대 여성은 페미니즘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미 페미니즘(feminism)은 더 이상 한국어로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는 단어로 굳어졌다.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주장과 이를 둘러싼 논쟁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성평등 운동’이다. 다른 이들은 ‘XX 염색체(여성)로 태어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운동으로까지 페미니즘을 확장한다.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남성 **’로 이해한다.
모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만 각자 페미니즘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20대 여성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이란 질문이 중요한 이유다. 〈시사IN〉 조사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수의 문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20대 여성의 ‘생각’을 파악해보려고 시도했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어디서 기원하는 걸까?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한 여성들을 세대별로 나눠보았다. ‘중요하다’고 답변한 비율(63.6%)이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다음이 20대 여성(60.5%)이었다. 다만,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라는 문장에 대해 20대 여성은 28.9%만 동의했지만 60대 이상 여성은 41.3%가 그렇다고 답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여성의 성향은 또래 경험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집단이 함께 보고 겪으며 공유한 사건은 그 내부에 비슷한 인식을 형성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연대를 위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 지난 수년 동안 20대 여성의 사회인식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20대 여성은 자신들이 사회구조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그림 5〉가 이를 드러낸다. 조사에 응한 20대 여성 가운데 71.3%가 ‘한국에서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에 동의했다. 자신들이 차별받는 원인으로 사회구조, 즉 시스템을 지목했다. ‘한국에서 여성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때문에 남성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에 대해 20대 여성 73.7%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녀 임금격차는 여성에게 불공정하다(70.9%)’라는 20대 여성의 응답은 사실에 부합한다. 남녀 임금격차는 대표적인 성차별 근거로 꼽힌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최상위권이다.
〈그림 6〉을 보면, 대다수 20대 여성은 능력 측면에서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에서 남녀 간에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이 60% 이상 동의를 얻었다. 취업 후 업무능력에서도 ‘별 차이 없다’가 52.7%다. 심지어 ‘여성이 더 유능하다’는 답변도 ‘초·중·고 교육과정’ 31.3%, ‘대학입시’ 23.4%, ‘취업 후 업무능력’ 25.5%에 달했다. 그러나 20대 여성 중 40%가 취업에서는 ‘남성이 더 유능’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벌어진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건 등을 상기해보면, 20대 여성이 이렇게 응답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대 여성들은 능력 차원에선 자신들이 남성에 비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많다. 그런데 청년기 이후의 인생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취업에선 여성이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서 20대 여성은 ‘20대 남성의 마이너리티 정체성(=이대남은 약자다)’에 동조하지 않는다. 다시 〈그림 5〉에 따르면, ‘한국에서 남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질문에 20대 남성 가운데 58.6%가 동의한 반면 20대 여성은 18.4%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20대 여성이 한국의 사회구조가 성차별적이라고 본다는 사실 자체는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림 5〉의 문장인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여자아이가 더 살기 좋을 것이다’에 대해 20대 여성 응답자의 7%만 동의했다.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을 통틀어 가장 낮고 유일한 한 자릿수 응답이다. ‘남녀 차이가 없다’는 20대 여성은 35.4%, ‘남자아이가 더 살기 좋을 것이다’는 57.6%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의 대다수는 자신의 사회적 진로와 결혼·출산을 상충된 것으로 인식했다. ‘결혼’과 ‘출산·육아’가 자신의 사회적 성취를 저해할 것이라는 답변이 각각 65.0%와 72.2%에 달했다. 현실과 어긋나는 인식으로 보긴 힘들다. 국가 공식 승인 통계자료인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여성의 경력 단절 사유는 육아 42.5%, 결혼 27.5%, 임신·출산 21.3%, 가족 돌봄 4.6%, 자녀 교육 4.1% 순서였다.
이번 웹조사에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및 ‘자녀는 반드시 낳아야 한다’는 문장에 대한 20대 여성의 동의 비율이 각각 8.1%(전체 평균 36.9%)와 7.5%(전체 평균 43.6%)로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위의 두 문장에 대한 동의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 중 20대 여성이 유일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가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에서 ‘남자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자는 그냥 결혼을 안 한다고 답했다’라는 문구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냥’이 함축한 수많은 맥락이 〈시사IN〉의 이번 웹조사에 담겨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물어서는 답을 찾기 힘들다. ‘이래서 결혼을 안 하는구나’로 질문을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 선호에서도 20대 여성의 반응이 뚜렷하게 잡히는 부분이 있었다.
20대 여성은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다른 어느 성별·연령별 집단보다 진보 성향의 답변을 내놓았다.
20대 여성이 주로 반응하는 정책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다양성 등이었다. 사회적 소수자 집단 중에서도 20대 여성은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우호적이었다(〈그림 9〉 참조). 성소수자 중에서도 레즈비언(감정온도 50.5도)에게 가장 따뜻했다. 게이(38도)와 트랜스젠더(33.3도)는 전체 평균보다는 높았지만 상승 폭이 레즈비언만큼 크지는 않았다. 난민(30.7도)이나 조선족(24.9도)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감정온도는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20대 여성의 남성(38.7도)에 대한 감정온도가 평균(56.7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낮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념 지형의 새로운 균열
한국인은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 세력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보면 49.2%가 1순위로 꼽았다. 2위는 경제적 재분배를 우선하는 세력(17.6%), 3위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 금지와 다양성을 우선하는 세력(12.7%), 4위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우선하는 세력(10.7%)으로 나타났다. 지지 세력에 대한 선호 순위는 전체와 각 세대별 순위가 대체로 일치했다. 이를테면 60대 이상의 1위도 법과 사회질서 우선 세력, 2위도 경제적 재분배 우선 세력인 식이다.
그런데 20대만 달랐다. 20대 여성과 20대 남성 모두 전체 순위와 다른 지지 세력을 1, 2위로 꼽았다. 2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세력은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 금지와 다양성 우선’ 세력(32.1%)이었다. 전체 성별·연령별 집단 중 유일하게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에 1등을 내주지 않았다. 20대 남성은 지지 세력 순위 2위에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우선하는 세력을 꼽았다.
데이터를 살펴본 국승민 교수는 “정치세력을 도식화하는 다소 도전적이고 무리한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여성과 남성에게 보이는 새로운 정치적 경향을 포착하기 위해 설계한 질문이었다. 20대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 차별 금지와 다양성’을, 20대 남성은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선호할 거라는 가설이 정확하게 맞아 적잖이 놀랐다. 한국 사회를 20년 넘게 설명한 진보·보수의 이념 지형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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