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디즈니+)의 야심작 <삼식이 삼촌>(연출/극본 신연식 감독)이 지난 19일 14~16화 공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삼식이 삼촌>은 대한민국 격동의 시기였던 1950, 1960년대를 그리면서 시대를 바꿔보려는 두 남자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 분)과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배우 송강호의 첫 번째 드라마 시리즈물 출연이자, 400억 원 이상의 엄청난 제작비까지, 지난해 <카지노> <무빙>으로 성공을 거둔 디즈니플러스에게 <삼식이 삼촌>은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힐 만했다. 그런데 뚜껑을 연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디즈니플러스 한국 TV쇼 부문에서는 전체 1위에 올랐지만, 글로벌 TOP 1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초 공개되었던 <킬러들의 쇼핑몰>이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 구독자들을 확보한 끝에 시즌2 제작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삼식이 삼촌>의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대작 영화 수준의 비용과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OTT 시장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삼식이 삼촌>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요즘 OTT 시리즈물의 공개 방식 트렌드를 외면한 것으로 꼽힌다. 디즈니플러스 TV 시리즈조차 10부작 이내 구성인 데 반해, <삼식이 삼촌>은 16부작이라는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대하 시대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긴 러닝타임은 OTT 구독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작품들처럼 파트 1, 2로 나누거나 시즌을 나눠 공개하는 유연한 방식도 있었겠지만, 전편 공개를 고집하면서 구독자 흡수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늘어지는 전개와 구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방대한 분량을 다루면 핵심 캐릭터 이외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배치하면서 지루함을 덜어낼 필요가 있었지만, <삼식이 삼촌>에선 이와 같은 시도를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빈번한 과거 회상과 더불어 파편적으로 나열되는 각종 사건들은 기존 TV 대비 젊은 시청자들이 모여 있는 OTT 시장에서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결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카지노>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뿌리와 이야기의 가지가 적절히 배합된 덕분에 새로운 구독자들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억한다면 <삼식이 삼촌>으로선 전작들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획이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한 셈이었다. 송강호, 변요한 등 출연진의 연기력만 고군분투했을 뿐 그 이외의 부분에선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주지훈-김혜수-차승원-박보영이 대기 중인 하반기 디즈니+
<지배종> <삼식이 삼촌>이 변변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디즈니플러스로선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바쁜 시국에 뒷걸음질을 치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티빙, 쿠팡플레이 대비 열세에 놓인 시장 판도는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일단 7월 정지훈, 김하늘 주연의 <화인가 스캔들>을 시작으로 <무빙> 강풀 작가 원작, 주지훈, 박보영 주연의 <조명가게>, 극장판 영화 대신 OTT 시리즈로 방향을 선회한 차승원, 김선호 주연의 <폭군>, 열혈 기자로 변신한 김혜수의 <트리거> 등이 상반기 부진을 털어낼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출연 배우들과 연출진 등 작품 규모 측면에선 분명 눈길이 갈 만한 작품들로 대거 채워졌지만 그에 못잖았던 올해 전반기 공개작들들이 변변히 힘을 쓰지 못한 점은 향후 디즈니플러스의 미래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화제성을 확보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 신작들로선 크나큰 부담감을 안고 공개를 준비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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