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에, GTX C 착공식 5개월째 첫삽도 못떠
주택 이어 인프라 사업도 줄차질
사업비 책정 3년새 공사비 17%↑
금융사들 “손해 예상” 대출 난색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착공식을 연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자금 조달이 미뤄지며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공사비에 재건축 사업 현장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빚어지는 데 이어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까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 C노선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실시계획이 승인된 뒤로도 착공에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행정 절차인 착공계 제출을 이날까지 하지 않고 있다. 착공계는 계획 승인 90일 내로 제출해야 한다. C노선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며 직접 착공식에 참석했던 사업이다.
착공 지연은 공사비 급등 때문이다. C노선은 2021년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사업비를 책정했는데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가 올 3월 기준 17.2% 상승했다. 이에 자금을 대야 하는 금융사들이 현재 계획대로라면 손해가 예상된다며 대주단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GTX A, B노선도 마찬가지다. A노선의 핵심 정차역인 서울 삼성역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 구간 중 2공구는 공사비가 낮다는 이유로 5차례나 시공사를 정하는 데 실패했다. B노선 역시 2022년 두 차례 유찰된 뒤 공사비를 올린 뒤에야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구했다. GTX 외에도 위례신사선, 동부간선도로, 서부선 경전철과 킨텍스 3전시장 구축 사업 등 민자 개발로 추진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 공사 시작도 못 하는 GTX C
20일 국토부와 현대건설에 따르면 GTX C노선 사업이 지연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주민 토지보상 지연이다. 하지만 공사 구간이 광범위한 철도사업 특성상 토지보상이 100% 완료된 뒤에야 착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노선 대주단 참여를 고려 중인 한 금융사 관계자는 “2021년 수주 당시 공사비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발목을 잡힌 진짜 이유는 공사비라는 의미다.
GTX C노선의 공사 기간은 60개월로 예정돼 있다. 정부가 약속한 개통일은 2028년이다. 공사 기간과 개통일을 고려하면 식이 열렸던 올해 1월 실제 착공에 들어갔어야 공기를 맞출 수 있다. 현재까지 5개월 이상 지연된 것은 물론이고 착공계를 연내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착공계를 내지 못한 게 맞고, 언제 제출할지는 미정”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8년 개통 목표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공사비 문제가 착공계를 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맞지만 현재 현대건설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공사비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인프라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GTX A노선은 핵심 환승역인 삼성역의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지연돼 완전 개통은 2028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2공구 사업자 선정이 계속 미뤄져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울시는 기존 사업비 2928억 원을 3170억 원으로 242억 원 증액해 지난해 12월 입찰공고를 냈다. 또다시 유찰되자 이달 5일 430억 원을 증액해 다시 공고를 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 난도가 높아 또다시 유찰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과 총선 등에 인프라 사업을 표심잡기용으로 활용하다 보니 현실과 거리가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결국 사업 지연이 반복된다는 시각도 있다. GTX C노선의 경우 공사비 재협상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총선을 세 달 앞둔 올 1월 착공식부터 열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행사에 직접 참석한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철도 민자사업을 총선을 앞두고 너무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국민 수요가 많아지는데, 사업 타당성을 따져보고 사업을 진행해야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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