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구가 ‘주민자율 대청소’를 이유로 이른 아침 공무원들을 출근하게 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장 공무원들은 수직적 조직 문화와 과도한 의전 등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A구는 오는 24~28일 ‘6월 주민 자율 대청소’를 진행한다. 매달 20개 동에서 한 주를 정해 청소하는 이 캠페인성 행사엔 주민자율청소단체, 지역주민단체, 직능단체 등이 참여한다. 구는 공동체 의식과 내집·내점포 앞 청소의식 등을 함양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청소 시작 시각은 오전 7~8시 사이로 평소 출근 시간보다 이르다. 청소 시작 전에는 ‘주요 참석 내빈 소개와 인사 말씀’ 시간도 있다. 주로 구청장과 구의원이 나온다고 한다.
이름은 ‘주민자율청소’지만 공무원은 동원된다. 주민도 자율적으로 참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무원들은 주민단체·직능단체 관계자에게 청소에 참여하는지 확인 전화도 한다.
A구 주민 B씨는 “조끼를 입고 모여서 청소하는 것 자체가 새마을운동 같고 고루한 이미지”라며 “구청장이 빗자루를 들면 주민들도 나서서 따라 할 것이란 생각은 21세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연차 공무원 C씨도 “청소보다는 사실상 구청장과 구의원이 인사하고 가는 자리”라며 “밤낮없이 일하고, 악성 민원도 많은데 아침 7시 출근까지 시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내부 게시판에 직원들이 ‘이럴 거면 청소 회사에 취임을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삭제됐다. ‘특정인 비방’이라는 이유였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A구 지부는 ‘자율 청소 중단’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구 지부가 지난 4월 26일 낸 성명을 보면 전날 1인 시위를 하던 노조 간부가 “청소 그만하라”고 말하자 구청장이 “행복한 줄 알라”며 지나갔다고 한다. A구 지부는 “공무원 모두를 강제 청소시키는 것이야말로 권한을 남용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이 시달리고 있고, 강제 청소로도 지쳐간다. 우리의 인권과 삶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A구 관계자는 “도시 미관을 관리하기에 많은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재정이 열악한 우리 구에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민 소통도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https://v.daum.net/v/20240620200012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