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마약을 유통한 말레이시아인 등 동남아시아 출신 마약사범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외국인 중간 유통책이 난민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며, 베트남·태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들로 구성된 국내 마약 유통망이 확인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한국은 감시가 소홀해 마약 하기 좋은 나라”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최근 말레이시아인 A·B 씨를 포함해 외국인 마약사범 16명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기소 했다. 중간 유통책으로 의심받는 A 씨는 난민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한국 담당 총책 B 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구입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4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절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마약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검찰은 경찰이 단순 투약범으로 송치한 A 씨를 추가 수사해 국내 유통책으로 활동한 혐의를 확인한 뒤, 공범 B 씨까지 공항에서 검거했다.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인 다른 국내 유통책 인도네시아인 C 씨와 말레이시아인 D 씨 등도 구속했다.
B 씨는 2018년부터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무비자로 자주 오가면서 마약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3~4일 정도 체류하면서 필로폰·야마·케타민 등을 판 뒤 본국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를 포함한 중간 유통책들은 필로폰 1g당 20만~30만 원의 이윤을 붙여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에게 팔거나 본인이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해외 공급망과 국내 유통선을 추적 중이다.
이슬람 문화권으로 한국보다 마약에 엄격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국적자들이 국내에 마약 밀수·유통망을 구성한 정황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B 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한국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보다 마약을 구하기 쉽고, 처벌도 약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에서 최근 마약 범죄가 늘어난 결과, 이들 국가에서는 한국이 마약이 자유롭고 구하기 쉬운 나라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아직 적발되지 않는 외국인 마약 유통망이 더 존재할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하은 원주지청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 수사가 어려워진 가운데 허술한 불법체류자 관리로 외국인 마약 범죄가 발생한 사례”라며 “외국인을 통한 내국인 마약 유통 가능성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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