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가 18일 입장을 내고 최 회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핵심은 판결문의 계산 오류를 수정했지만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공개적인 입장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전날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문에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90도 사과' 최태원 "하지만 6공 후광은 사실 아니다" https://omn.kr/292xc). 하지만 즉각 계산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날 낸 입장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최 회장 쪽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판결문 내용을 부인한 최 회장 쪽 주장에도 재반박했다.
"1000원을 100원으로 계산" vs.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2024년으로 늘려야"
계산 오류는 SK그룹 지주사 SK(주)의 모태가 되는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액에 대한 것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그렇다면 그 비율은 얼마인지가 이번 이혼 소송의 쟁점 중 하나다.
SK(주) 주식 가액은 1994년(최태원 회장의 최초 대한텔레콤 주식 취득 시점) 8원 → 1998년(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별세 무렵) 1000원 → 2009년(상장 시점) 3만5650원 → 2024년(재산분할 기준 시점) 16만 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주식 가액을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산정했다.
최 회장 쪽은 계산 오류 수정으로, 최종현 선대회장 시기(1994~1998년) 주식 가치 상승폭은 125배, 상장 시점까지의 최태원 회장 시기(1998~2009년) 상승폭은 35.5배로 산정된다고 지적했다. SK(주) 주식 가치 증가 기여도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더 크기 때문에, 이는 물려받은 재산이고 재산분할 대상인 부부공동재산이 아니라는 논리다.
재판부는 주식 가액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판결문에서 바로잡았다. 하지만 재산분할액의 결론에 변함은 없었다. 핵심은 최태원 회장 시기를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2024년으로 늘려야 하고, 그렇다면 오류를 수정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 시기 상승폭은 125배로 최 회장 쪽 주장과 같지만, 최태원 회장 시기 상승폭은 35.5배가 아니라 160배로 대폭 상승한다. 선대회장 시기보다 더 커지기 때문에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승계상속형'이라는 논리도 성립하기 힘들어진다.
'노태우 기여론' 재차 강조
재판부는 '6공(노태우 정권) 후광은 없었다'는 최 회장 쪽 주장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1998년 사망하기 전에 경영 활동을 하면서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1992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사돈인 노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었거나 퇴임한 직후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던 시기여서 적어도 불이익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최 선대회장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불이익이 없었다는 객관적 상황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피고 부친(노태우)이 원고 부친(최종현) 및 원고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를 한 것이 인정되고, 이러한 피고 부친의 기여는 재산분할 비율 등의 산정 과정에서 피고 측의 기여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혼인한 1988년부터 2024년 4월 16일까지 원고 부친에서 원고로 계속 이어지는 경영 활동에 관하여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은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2024년 4월 16일 기준 SK(주) 주식의 가격인 16만 원이나 원·피고의 구체적인 재산 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결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오류 및 기재 등에 대해서만 판결경정의 방법에 의하여 이를 사후적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선대식(justg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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