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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투영한 드라마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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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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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헷갈렸다. 제작진은 멜로드라마라는데 대치동 사교육 현장이 너무 강렬했다. 과한 교육열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 드라마라기에는 서혜진·이준호 학원 강사들이 너무 키팅 선생(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아닌가. 학교교육은 고리타분하고 학원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티브이엔(tvN) 드라마 ‘졸업’ 얘기다.

9회에서 답을 찾았다. 이 드라마는 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를 통해 문학이 사라진 시대를 환기한다. 서혜진(정려원)·이준호(위하준)·남청미(소주연) 강사와 중국 고대사 전공 대학원생 최승규(신주협)가 모여 이런 토론을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도 상상이나 공감이 필요한 문학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시험장 안에서도 상상과 공감은 가능하다”, “모든 사람들이 학문을 다 대치동처럼 대하면 세상 망한다. 공부 그 자체로서의 공부가 인류를 이만큼 성장시켰다”며 응원과 찬사, 존경의 메시지도 건넨다.

문학의 본질에 접근하는 드라마라니. ‘상상과 공감’을 통해 ‘문학’이라는 열쇳말을 읽어내니 8회까지 애매했던 이유가 이해됐다. 작가의 생애 따위 시험과 무관하다며 생략했던 서혜진이 박완서 작가의 일생을 이해시켜주는 의외의 시간을 가진 것만 봐도 지문 너머의 세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적중률 높이려고 애써 외면했던 것일 뿐. 학교 교사 표상섭(김송일)이 기말시험에서 교과서 내 출제를 고집한 것도 “교과서 한권을 이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모두 그의 방식을 고리타분하게 여겼다. 문학이 사라진 사회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원이나 책임이 같다.


한국 드라마의 현실로도 읽혔다. ‘졸업’의 안판석 감독은 드라마 만드는 일의 가장 큰 학문적 배경은 문학이고, 문학을 파고든다는 건 모든 직업의 기초 훈련처럼 사고력을 단련시키는 연습이라고 말해왔다. 텍스트를 읽으며 이해하고 상상하며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 속 학교와 학원처럼 드라마 세계에서도 그런 교육과 훈련은 점점 불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 긴 호흡의 대서사극은 사라진 지 오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짤’(짧은 사진과 영상)로 유행할 법한 장면이 나열되고 있다. 서사와 맥락은 사라져 사고하게 만드는 작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이라키’(넷플릭스)처럼 10대 주인공 학원 드라마는 수저계급론을 투영했다는 핑계로 자극적인 상황만 늘어놓고, 절망하는 세대에게 대안으로 권하는 게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라(티빙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거다.

‘졸업’은 어쩌면, 문학이 사라진 드라마 세계에서 서혜진의 특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졸업’에서 이시우는 지문 너머의 세계를 강조하는 서혜진의 특강을 통해 비로소 문학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 창작자들은 이시우가 될 수 있을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93846?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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