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을 귀찮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전역 후 복귀작이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그런데도 조급한 기색 하나 없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단단함이 느껴졌다.
제대하자마자 대학원행을 택한 것만 봐도 그랬다. 여느 학생들처럼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그 다음 행보 역시 예상 밖이었다. 소극장 뮤지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귀찮게 하죠. 발전하지 않으면 뒤처지잖아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일까. (본인 인터뷰인데도) 역으로 질문을 많이 했다.
"원더랜드가 실제로 있다면 신청하실 거예요?", "태주가 진짜 불을 질렀을까요?", "저에게 어떤 연기를 보고 싶으세요?"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의 '태주'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의 끝없는 물음과 공부 끝에 탄생했다.
◆ 꿈꾼, 원더랜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서비스 '원더랜드'가 일상이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영상통화로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
박보검은 태주를 연기했다. 태주는 사고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여자친구 정인(수지 분)이 태주를 '원더랜드'에서 복원한다. 그런던 어느 날, 태주가 기적처럼 깨어나게 된다.
입대 전 촬영했다. 코로나19가 겹치며 무려 4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박보검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다. 마침내 개봉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금 늦게 개봉하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원더랜드'를 현실에서도 꿈꿔볼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박보검은 '원더랜드'의 메시지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기술로 이겨낼 수 있을까. 극복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 좋았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땐 당연히 서비스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욕심과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겠더라"며 "사람이 떠난 자리를 기술이 채운다면 마음이 허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이상한, 태주
박보검은 3가지 버전을 연기했다. 과거 정인이 사랑했던 '사람 태주'와 'AI 태주'. 그리고 코마에서 깨어나 인지부조화를 겪는 모습까지.
박보검은 "AI 태주는 과거의 행복하고 밝은 순간들을 기반으로 구현된 인물이다. AI가 아닌, 사람처럼 연기했다. 태주의 활발하고 즐거운 면만 모아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돌아온 태주는 이상하게 보이는데 초점을 뒀다. "AI 태주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어느 것이 진짜 나의 모습인지 의구심이 들고 혼란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떠올렸다.
AI 태주는 매일 아침 정인의 아침을 깨워주고, 다정하게 대화한다. 그러나 돌아온 태주는 위태로웠다. 집에 모르는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방화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의 역질문이 시작됐다. 박보검은 "태주가 불을 질렀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아닐 것 같다"는 반응에 "저도 (방화범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말을 이었다.
"감독님께도 여쭤봤어요. '전기가 누전된 거고, 태주의 반응 속도가 느리니 앞 수를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오묘한 지점을 두려 했죠."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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