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팬들 원정경기 즐거우셨길요ㅎ^^”…지역혐오 ‘헤드샷’으로
시구 전 그가 인사말을 하던 중 야구장에선 중계방송에도 잡힐 정도의 적지 않은 야유가 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다음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구 후기를 남기며 “기아 팬들이 관중석 2/3만큼 꽉 메우셨던데 원정경기 즐거우셨길요”라 말했다. 이 역시 정확한 이유, 의미를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이 시구 전의 야유라는 사건과 시구 후의 기아 팬에 대한 호명을 연결해 야유의 주체가 원정 응원을 온 기아 팬인 것으로, 최소한 배현진이 그런 의도로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 당장 홈팀 응원단이 있는 1루 방향에서도 야유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넓은 야구장의 소리를 분석해 사실을 확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과거 대통령 발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바이든’이라 들은 걸 배현진은 ‘날리면’이라 들은 것처럼.
“담에 기아전에 오지 마시고 삼성전에 오세요. 오늘 기아 팬들 야유하는 거 속상하더라고요”라는 댓글에 그는 “모두가 우리 국민이신데요. 잠실에 찾아주신 VIP로 생각했습니다”라 답했다. 얼핏 팀과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을 섬기겠다는 태도 같지만, 실은 자신을 야유한 게 기아 팬들이 맞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본인은 너그럽다는 이미지를 과시한 것에 가깝다. 그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었다면 기아전이라 야유를 들은 것이 아니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답해야 했다.
주간조선은 ‘잠실서 기아 경기 시구한 배현진, 관중석에선 야유’라는 제목으로 뻔히 홈팀 두산이 있음에도 기아만을 부각했고, 뉴스1은 ‘기아 팬 꽉 찼는데 “우리 두산 파이팅”…배현진 시구에 “우~” 야유’라고, 이코노미퀸은 ‘배현진 시구 “우리 두산 파이팅”…두산 팬 박수 VS 기아 팬 야유’라며 아예 두 팀 간 갈등으로 해석해 마치 기아 팬들이 원정에서 숫자를 믿고 무례를 범한 것처럼 타이틀을 뽑았다
데일리안은 제목에 기아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기사 말미에 “관중석에선 ‘우~’ 하며 야유가 나왔다. 기아 타이거즈는 연고지가 광주시”라며 노골적으로 지역혐오를 자극했다
프로야구 인기에 편승해보겠다던 의도는 그의 시구처럼 빗나갔지만, 그의 게시물 행간에 숨은 지역혐오 독려의 메시지는 언론들이 귀신처럼 캐치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배현진은 나쁜 정치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인을 향한 대중의 야유는 하나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이며 정치인이라면 여러 오독의 가능성 안에서도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 최대한 옳은 수신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
https://v.daum.net/v/20240615060002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