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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간통죄 폐지 9년... 불륜 여론 재판은 왜 더 가혹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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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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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성실한 아내를 두고 젊은 여자와 불륜에 빠진 드라마 속 유부남이 외쳤다. 국가의 형벌을 받는 죄, 아니다. 그러나 국민 정서상 여전히 용서하기 어렵다. 법도 이중적이다. 간통죄는 없앴지만 간통한 자에겐 이혼할 자유가 없다. 법원이 “외도를 반성하지 않는다”며 역대급 위자료를 물리기도 한다. 가정 내 성(性)도덕과 법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시작된 건 9년 전부터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뜨거웠던 2015년



2015년은 대한민국 부부의 세계에서 드라마틱한 해였다. 그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한 기혼자와 상간(相姦)한 자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한 형법 241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타율로 강제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간통죄 폐지 반대 여론이 컸지만, ‘선진국은 대부분 전근대적 간통죄를 없앴다’는 논리가 앞섰다. 황수정·옥소리·신정아 등 유명인에게 씌워진 간통죄의 굴레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억압한다는 여성계의 비판도 컸다. 1953년 확립된 간통죄가 62년 만에 사라지자 피의자 1779명이 즉시 혐의를 벗고 석방됐다. 피임 도구 판매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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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9월 대법원이 이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내연녀와 혼외자를 둔 남성이 이혼 청구를 했는데, 본처에게 고통 준 유책(有責) 배우자란 이유로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잘못한 쪽의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유책주의’라고 한다. 반대는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고 한쪽이라도 원하면 이혼이 성립되는 ‘파탄주의’다. 대법원은 “간통죄 폐지에 파탄주의까지 도입되면 중혼(重婚)을 인정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당시 대법관들은 유책주의 7 대 파탄주의 6으로 나뉘었다. 그래서 유책주의는 유지하되 그 예외 기준도 처음 제시했다. 상대도 혼인 유지 의사가 없는데 복수 차원에서 이혼해주지 않는 경우, 파탄이 오래돼 책임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경우 등이었다.

반년 새 ‘불륜을 단죄하진 않겠다, 그러나 이혼할 자유는 없다, 그런데 사정 봐서 이혼시켜줄 수도 있다’는 최고 사법기관의 엇갈린 시그널이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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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2월 최태원 SK 회장이 신문사에 공개편지를 보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성격 차이로 결혼 생활이 오래전 파탄 났고, 별거 중 다른 사람을 만나 혼외자가 태어났다”며 이혼하고 새 가정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간통죄 폐지에 파탄주의 일부 도입 가능성에 따라 면밀히 조율된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같은 시기 영화감독 홍상수도 배우 김민희와 사귀며 이혼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2017년 이를 공식 인정했다. 홍 감독은 집을 나가며 아내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다른 사람과 살고 싶어. 너도 나가서 남자들 좀 만나봐.”

불륜은 여전히 괘씸죄



간통죄 폐지가 ‘불륜의 판도라 상자’를 열 것이란 예측은 일부 현실화됐다. “범죄도 아니니 ‘금지된 사랑’을 즐기자”며 온라인 불륜 카페가 생겨났다. 이런 곳에선 외도하는 기혼 남녀는 ‘기남·기녀’로, 배우자는 ‘집밥,’ 불륜 상대는 ‘외식’으로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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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불륜 경험이 있다는 이는 21%였는데 6년 뒤 본지 조사에선 30%였다. 기혼 여성의 불륜 응답률은 4배 늘었다. 표본이 다르긴 하지만, 간통죄 폐지 후 불륜이 실제 늘었거나 응답에 거리낌이 적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일처제는 확고하고, 외도는 여전히 민법상 불법이다. 간통죄 처벌은 손해배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과거 경찰이 불륜 현장을 급습하고 검찰이 기소했다면, 이젠 피해 배우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해 민사 소송을 벌여야 한다. 이를 돕는 상간 소송 변호사 시장이 급성장했다. 요즘 흥신소 의뢰의 절반은 불륜 추적이라고 한다.

상간 위자료는 통상 1000만~3000만원 선. 범죄인 음주운전엔 못 미치고, 외제차 들이받은 교통사고쯤 된다. 이걸로 배신의 아픔을 달래긴 어렵다. 상간자 신상을 털어 망신 주는 식의 사적 보복이 횡행한다. 그러다 피해자가 되레 명예훼손이나 협박죄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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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가정 파괴한 자들이 설치는데 제대로 벌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자 여론은 더 험악해졌다. 불륜 관계인 교사들에 대해 제3자인 학부모들이 퇴출 운동을 벌이고, 불륜 소재 드라마에 화난 시청자들이 ‘간통죄 부활’ 국민 청원을 한다.

4월 본지 조사에선 67%가 남의 이혼 사유 중 ‘불륜·외도’를 가장 나쁘게 본다고 답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사법부는 간통죄 폐지 다음 수순인 파탄주의로 넘어가지 못했다. 최 회장과 홍 감독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의 청구로 이혼은 하게 됐지만, 지난달 항소심에서 위자료·재산 분할 규모가 1심보다 20배나 늘었다. 판사는 동거인을 공개 석상에 세운 점 등을 들어 “반성하는 모습이 없고 일부일처제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꾸짖기까지 했다. 법조계에선 “간통죄에 준해 괘씸죄를 내린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학계에선 파탄 난 혼인을 국가가 강제로 유지시키는 게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저해한다는 시각이 많다. OECD 회원국 중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건 한국뿐이다. 우리 모델이 된 일본도 1985년 파탄주의로 옮겨갔다. 유책주의가 결혼 제도를 경직시켜 혼인과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유책주의 때문에 부부 다툼이 장기 미제 사건이 돼 서로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다”며 “당장은 여론 반감이 크지만,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를 도입해 이혼할 자유는 주되 위자료·재산 분할을 늘려 피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버티면, 그땐 국민도 용서할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4044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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