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자료 제출에 난색을 보인 인권위 사무처 직원을 질책하며 ‘확인서’를 요구하고, 녹음기를 들이대며 심문하듯 답변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녹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김 위원은 녹음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은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상임위원으로서 정당한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13일 열린 제12차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김 위원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직원이 오는 7월까지 병가를 내 못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임위에서 오간 발언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김 위원이 정보공개청구로 일반에 공개된 ‘고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계자에 대한 부당한 수사 및 징계’ 진정 사건의 공개 경위를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인권위 정보공개 범위가 넓어진 계기인 지난해 서울고법 판결이 나오기까지 인권위가 해당 소송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알아보겠다며 자료 전체를 제출하라고 사무처에 요구한 것이다. 사무처는 해당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던 김 위원에게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모두 제공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지난 5일 A행정법무담당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A담당관이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하자 김 위원은 “위원장이 지시를 했다면 불법적”이라며 “위원장이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라는 확인서를 쓰라”는 취지로 말했다. A담당관이 거부하자 “녹음을 하겠다”고 말했다.
A담당관이 “녹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김 위원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송두환 위원장으로부터 자료를 갖다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라며 심문하듯 대화를 이어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A담당관은 이 사건 이후 다음 달까지 약 한 달간 병가를 냈다. 박 사무총장은 “그 일이 있고 나서 병가를 냈고,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보고 때문에 잠깐 온 뒤 ‘절망적이다’ ‘괴롭다’라며 다시 병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