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고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런데 소송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정산을 받은 게 없었기 때문에 일단 수집한 운동화들을 팔아서 비용을 댔다. 당시 개봉동 본가에서 지내다가, 고등학교때 신문 배달을 하던 곳을 다시 찾아갔다. 사장님은 내가 연예인이 된 걸 알고 계셨다.
"아니, 넌 왜 다시 이걸 하려고 하냐?"
"그냥 운동 삼아서요. 요즘 쉬거든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신문 배달을 했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창피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고마운 일이다.
괴로워하면서도 그 시간을 버틴 나 자신과,
용돈을 주면서 응원해주던 형들에게,
일도 없이 집에 있는 나의 편을 들어주던 가족들에게
모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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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가난했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해봤다. 학비를 모두 내가 벌어서 냈기 때문에 정말로 갖고 싶은 걸 가져본 적이 드물었다.
가수 활동을 하고 나서 저작권 수익이 들어왔을 때 난생 처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샀다. 나이키 조던이었다. 드디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남들이 기다려서 산 것을 내가 그들에게 더 비싼 값을 주고 샀다. 리셀은 나도 나만의 것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증거였다. 그렇게 모은 운동화들을 애지중지 아꼈고, 한 번도 신지 않은 것들이 넘쳐났다.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해 사치스러운 일을 벌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많던 운동화는 지금 나에게 없다. 발이 자랐거나, 흥미가 떨어져서는 아니고, 소송 비용이 필요해서 모두 팔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건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있다가도 없는 것들이다.
최전성기 시절 소송 준비할 때 돈이 없어서 신문 배달 했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