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은 다른 대도시 동물원에 견줘 작은 편이다. 사자·호랑이·수달 등 68종 296마리가 있는데, 2019년 85종 516마리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사육장 역시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원래 스라소니가 있었던 빈 사육장은 아예 ‘사람관’으로 꾸몄다. 안내판에 ‘좁은 공간을 더는 동물 사육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유롭게 들어가 동물원 동물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자연으로 방사하거나 생활하기 더 좋은 곳으로 보내면서 동물의 종과 수가 줄었다. 생활공간이 늘어나니 동물들도 행복해하고, 이런 동물을 보는 관람객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동물복지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청주동물원을 국내 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했다. 거점동물원은 동물원수족관법이 정한 시설·인력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청주동물원은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장비를 갖춘 동물병원을 마련하는 등 인력·관리·운영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야생동물보호시설과 천연기념물보존관도 운영한다.
청주동물원은 거점동물원으로서 사육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의 질병·안전 관리, 종 보전·증식 등의 구실을 맡아 하는데, 환경부는 올해 이곳에 운영자금 3억원을 지원한다. 김 팀장은 “청주동물원은 야생의 동물을 우리에 가둬 보여주는 뻔한 동물원이기를 거부한다. 동물 복지·윤리를 소중히 여기고, 동물에 얽힌 이야기를 콘텐츠로 가공해 시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동물원을 꿈꾼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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