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두 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대진표가 공개됐을 때,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경악과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 예정인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1라운드 상대가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진 추첨식에 참석한 좌중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탄성을 짙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오픈을 14차례나 우승한 나달이 첫판에서 4번 시드를 만나게 된 이유는 그의 부상 탓이다. 나달은 지난해 1월 호주오픈 이후 고관절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접었다. 다시 되돌아온 나달의 세계랭킹은 276위. 이 랭킹이라면 본선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ATP 투어의 보호 랭킹(Protected Ranking) 제도에 의해 나달은 부상 직후 3개월의 평균 랭킹으로 128강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시드는 받지 못했고, 나달이 1회전에 강적을 만날 수 있다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회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인 즈베레프를 첫판에 맞닥뜨리는 건 놀라움이 컸다.
그런데 나달과 즈베레프의 1라운드 대결이 더 극적 요소가 추가되는 이유가 있다. 2년 전의 '사건' 때문이다. 나달과 즈베레프는 2022년 프랑스오픈 4강에서 격돌했다. 당시 즈베레프는 생애 최고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어 나달과 팽팽하게 1, 2세트를 격돌했다. 하지만 2세트 타이 브레이크에 접어들기 직전, 즈베레프는 나달의 빠른 공격을 받다가 오른발을 접질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끔찍한 발목 부상을 당해 기권한 즈베레프는 그해 시즌을 종료했고, 이듬해 다시 돌아와 서서히 몸을 끌어올린 끝에 다시 회복, 지난주 마무리된 마스터스 시리즈 로마 오픈에서 약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
https://naver.me/xIgIRks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