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공원 장미축제에 피어있는 장미. /사진=최지원 기자
해마다 5월이 되면 산업도시 울산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장밋빛으로 물든다. 젊은 연인은 붉은 장미 앞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노년 부부는 천천히 지팡이를 짚으며 꽃내음을 즐겼다. 다섯 살 남짓한 꼬마들은 쉼 없이 재잘대며 장미밭을 뛰놀았다. 이달 23일 찾은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현장에는 평화와 기쁨이 가득했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 주관하는 축제다. 지자체와 기업이 뜻을 모아 지속됐다는 점은 다른 축제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SK이노베이션이 울산대공원 조성에 나선 건 "기업 이윤을 시민에게 되돌려주라"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
SK이노베이션에 있어 울산은 각별한 도시다. 1970년대 이후 수출 주도 산업화를 통한 압축 경제 성장 과정에서 기업들은 산업단지가 조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을 중심으로 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했다. 울산은 빠르게 공업 도시로 변모했다. 울산이 SK그룹의 근간이자 성장 발전의 터전이 된 셈이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을 위한 문화·휴식 공간은 부족했다. 공해 문제까지 더해지며 울산은 '삶의 질이 열악한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쌓였다.
최 선대회장은 울산에 대한 대한 환원과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시민 한 사람에게 1평의 녹색 땅을 갖게 해주자'는 취지로 자연 친화적 녹지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심했다. 전체 면적은 약 364만㎡(110만평)로 뉴욕 센트럴파크(약 340만㎡)보다 넓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SK이노베이션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1020억원을 들여 울산대공원을 조성했다. 물론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997년 착공 직후 기업의 존망조차 위협을 받던 IMF 금융위기가 터졌다. 1998년에는 최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울산대공원 착공 사업이 전면 보류될 위기까지 맞았다. 하지만 최태원 SK 회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울산시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며 공원 조성을 차질없이 이어갔다. 이렇듯 울산대공원은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대표 모델로 평가받는다.
울산 역시 SK이노베이션의 진심에 화답했다. 2003년 영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SK그룹을 압박한 '소버린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울산시민들은 SK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며 경영권 방어에 직접적으로 나섰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가 지역 대표 관광 상품이 됐다며 시화(市花)를 기존 배꽃에서 장미로 바꾸기도 했다.
정연용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SK는 울산이 산업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 중요한 기업이며 지금까지도 울산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며 "울산과 SK가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하며 지역이 발전해가는 모델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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