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5/22/6JDQODEXNJGANN6QXUJS2FUBLM/
차기 대통령 선거 일정이 발표되면서 후보군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정 일치 국가인 이란은 종교 지도자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사실상 행정부 수장의 역할에 불과하다.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지만 하메네이가 고령(85세)에 접어들면서 후계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3~4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다. 현재 이란의 종교 도시 콤의 이슬람 신학대학에서 강의 중인 신학자로, 아버지의 후광 속에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그는 이란 정치의 위기 국면마다 이미 여러 차례 잠재적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다”며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세습 왕정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이슬람 신정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세습한다는 비판 여론이 큰 변수다.
서방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끌었던 사에드 잘릴리(59) 전 핵협상 수석대표도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13년과 2021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보수파 중에도 라이시 대통령의 측근과 추종자들이 잘릴리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온건파이자 라이시의 정적(政敵)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63) 국회의장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이란 공군 사령관과 테헤란 시장을 역임했고, 대통령 선거에도 여러 번 나와 인지도가 높다. 특히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보수 정책으로 인한 경제난과 자유 억압에 염증을 느껴온 중도·진보적 성향의 국민이 그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대통령 선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모하마드 모크베르(69) 수석부통령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특히 라이시 못지않은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돈줄 역할을 하는 ‘세타드’ 투자펀드의 최고경영자(CEO)를 14년이나 맡았고, 이란의 반서방 강경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총 12명의 위원 중 6명(종교법 전문가)을 하메네이가 임명한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나머지 6명도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즉 하메네이가 원치 않는 인물은 아예 출마 자체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