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라인야후 지분 장악 적극적
AI 기술 강화하는 日정부, 소프트뱅크 전폭 지원
네이버-소프트뱅크 지분협의 전망 불투명
지난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AI) 사업에 최대 10조엔(약 87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혁명에 뒤처질세라 향후 사업 계획에 여념이 없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 지휘 아래 추진되고 있는 구상으로, 사업의 핵심 중 하나가 AI 전용 반도체 개발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형식으로 2025년 봄 시제품을 제작하고 가을에 양산 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90%가량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에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한·일 관계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정보 유출 재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며, 이 문제가 한·일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라인야후 지분을 장악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단 이 문제를 일본 측 주장대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라고 하는 순수한 동기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를 통해 일본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하려는 가운데 이번 라인야후 사태까지 연결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총무성 행정지도와 맞물려 소프트뱅크가 IT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달 10일 소프트뱅크가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정비하는 데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소프트뱅크 측 일련의 움직임이 일본 정부와 교감 속에 이뤄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일본은 현재 AI 기술 개발 강화와 활용 촉진을 위해 전방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AI 분야 직접 지원에 예산 1180억엔(약 1조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각종 보조금과 세액 공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자세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 비해서도 뒤떨어진 AI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일본 정부는 우선적으로 자체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대규모언어모델(LLM) 및 슈퍼컴퓨터 정비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가장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소프트뱅크다.
일본 정부는 AI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에서 소프트뱅크의 힘이 필요하고, 소프트뱅크는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일본의 공공 인프라가 된 라인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AI 패권을 향한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협력이라는 구도로 이번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https://www.ajunews.com/view/2024052015283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