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칼럼] 대통령이 일할수록 나라가 나빠져서야
3,934 11
2024.05.22 14:02
3,934 11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을 보고 두 번 놀랐다. 경제통인 국무총리 주재로 14개 부처가 관련 회의를 20번 넘게 하고도 소비자 편익에 눈 감은 대책을 내놓은 데 놀랐고, 소비자들이 ‘직구 계엄령’이라며 반발하자 3일 만에 대책을 철회한 속도에 놀랐다. 처음부터 잘했어야 하지만 잘못했을 때 늦지 않게 멈추는 것도 실력이다.

만약 대통령이 국내 기업 보호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직구 금지 지시를 내렸다면 이렇게 빨리 철회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이 앞장서다 제때 제동이 안 걸려 국민 피해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운 사례가 적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대통령실이 전담조직까지 두고 뒤늦게 올인한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그랬고 대통령의 수능 직전 킬러 문항 적폐 몰이가 그랬다. 부산엑스포는 사우디 대세론에도 “역전 가능하다”며 기업까지 동원해 열을 올리다 국력만 낭비하고 끝났다. 킬러 문항 배제 지시는 입시 혼란과 N수생 증가로 사교육비를 늘리고 시험 망친 학생들에게 ‘킬러 문항 지시 탓’이라 할 빌미만 줬다. 그 어떤 정책 헛발질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의대 증원만큼 두고두고 나라를 골병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의 ‘이권 카르텔’을 겨냥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때가 지난해 6월이다. 올해 R&D 예산은 33년 만에 뭉텅이로 잘려 나갔고, 카르텔에 끼지도 못하는 계약직 신진 연구자들만 줄줄이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연구의 대가 끊겨버렸다. 지난 총선에서 충청권의 얼음장 민심을 확인한 후로는 다시 “성장의 토대인 R&D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폐지하라”는 지시다. 깜깜이 예산으로 카르텔들 나눠 먹기 하라는 뜻인가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도 못하기는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밀어붙인 의대 증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의대 증원을 허용한 법원 결정에 대해 ‘정부의 승리’라고 하지만 그건 전공의들이 복귀할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전공의가 안 돌아오면 전문의, 공보의, 군의관 배출에도 줄줄이 차질이 생긴다. 필수의료 지방의료부터 죽어 나가고 전공의가 없어 수련병원들 도산하면 병원과 거래하던 제약회사 장비업체 약국 식당들을 포함한 주변 생태계까지 망가질 것이다.

전공의 협박과 설득에 실패한 정부가 새로 내놓은 대책이 외국 의사 도입이다. 원래는 외국 의사가 국내에서 환자를 보려면 정부가 지정한 38개국 159개 의대 출신에 한해 해당 국가 의사 면허를 딴 뒤 우리나라 의사면허 예비시험과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시적으로 국적 대학 따지지 않고 의사 면허만 있으면 받아준다는 것이다. 한국말 하는 외국 의사도 드물겠지만 원가도 안 쳐주는 필수의료 하겠다고 들어올 의사가 몇이나 되겠나. 온다고 해도 문제다. 힘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최고 등급을 준 지역 대학병원도 못 미더워 서울 병원 명의를 찾으면서 서민들에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건너뛴 의사들에게 몸을 맡기라는 건가.

대통령이 주도한 정책들은 ‘미스터리’로 회자된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기에 부산엑스포 급발진을 하고 R&D 카르텔, 킬러 문항, 의대 증원 2000명을 밀어붙이는지 그때마다 비선을 점치는 뒷말들이 무성했다. 정책적 맥락과 근거도 모호한 즉흥적 지시라도 참모나 장관들이 ‘격노’를 무릅쓰고 반대하거나 ‘플랜B’를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킬러 문항 논란엔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 의대 증원엔 “의사 파업 시 전세기 띄워 환자를 해외로 보낸다”며 지시 사항을 정당화하기 바쁘다.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 활을 쏘면 그에 맞춰 과녁을 그려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탈이 나고 지지율도 떨어지는 것이다.


https://naver.me/xDjljlkk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이자녹스 X 더쿠💙] 여름 꿀템🔥❄️ 얼려쓰는 비타민 수딩젤! 이자녹스 <비타맥스 아이싱 수딩젤> 체험 이벤트 332 06.17 16,47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353,20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121,21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585,015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810,64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872,35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3 20.09.29 2,756,39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0 20.05.17 3,434,83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3 20.04.30 4,011,80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435,26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35545 이슈 안경 클리셰 실사판 여돌 10:56 47
2435544 이슈 팬들 반응 역대급 좋은 세븐틴 정한 원우 유닛 포카 10:56 76
2435543 이슈 소소하게 알고리즘 탄듯한 투어스 신유 위버스콘 '허니'무대 10:56 23
2435542 유머 핫게 현재 한국의 정책 방향을 알고 싶으면 "천공"을 참고해야 하는 이유.jpg 4 10:54 604
2435541 유머 결혼 안할거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그러면 지금까지 낸 축의금들이 아까우니까.x 22 10:53 1,150
2435540 유머 날이 더워지면 생각나는 랩 10:52 96
2435539 이슈 최재훈 _ 떠나는 사람을 위해 (1998) 1 10:51 34
2435538 이슈 종합병원 총파업 일정 5 10:50 1,315
2435537 이슈 사실상 결혼이 아니라 베프신고식 아니냐는 유튜버 진돌의 청혼 12 10:50 1,739
2435536 정보 국제 공인 보안 전문가 한국 철수.... 한국 수준 낮고...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부정행위 적발돼....... 한국 업계 망할 징조....... 12 10:50 802
2435535 팁/유용/추천 [토마토클래식] P. I.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5번, Op.64 :: 지휘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 P. I. Tchaikovsky - Symphony No.5, Op.64 1 10:49 56
2435534 유머 동네에 멀쩡한 아우디가 1년넘게 방치되어 있어서 11 10:46 2,783
2435533 정보 카카오 미니이모티콘 출시 (최고심,잔망루피,인사이드아웃,망곰이등) 30 10:45 2,023
2435532 정보 슈퍼마리오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일본 공개일이 2026년 4월 24일 결정 5 10:43 355
2435531 정보 네이버 메일 신종 스팸 주의 !!! 22 10:42 2,320
2435530 기사/뉴스 ‘드림콘서트 재팬’ 1차 라인업 공개... 뉴진스·투어스·NCTWISH 등 확정 5 10:42 697
2435529 유머 리더의 역할.gif 9 10:42 1,046
2435528 기사/뉴스 ‘모모랜드 출신’ 주이, 행보 기대되는 셀프 PR 공개 10:42 631
2435527 기사/뉴스 "I have London Night"…아이브, 팝의 성지를 홀렸다 6 10:40 404
2435526 이슈 일본 베루나돔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 1차 라인업 26 10:39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