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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노소영·최태원 이혼소송,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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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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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서울고등법원, 5월 30일 항소심 판결 예정
재산분할제도 도입 의미와 가치는
'가사노동 가치의 가시화, 실질화'
법원이 쌓은 법리 무너뜨리면 안돼
최 회장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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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소송'이라는 별칭이 붙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울고등법원에서 5월 30일 선고될 예정이다.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선고한 이 사건 1심 판결의 결론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한다,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 원을,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수백억 원이 법원 판결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세기의 이혼소송'임에는 틀림없다.

 

 

1심 판결의 결론만 보면 마치 노 관장이 665억 원이란 거액을 승소한 판결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재판의 쟁점과 노 관장이 주장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산분할액으로 인정된 665억 원은 노 관장에게는 사실상 패소나 마찬가지였다.

 

 

인정된 위자료 1억 원 역시 통상의 이혼 위자료보다는 높은 액수이기는 하나 적절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 부부의 재산 수준, 사회적 지위, 혼인 생활의 기간, 공개적으로 불륜사실과 혼외자 존재가 알려짐으로써 수년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손상된 명예감정과 모멸감을 고려한다면 합당한 액수는 아니다. 

 

 

왜 이런 결론이 내려졌을까. 노 관장은 1심 재판과정에서 최 회장을 상대로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SK(주) 주식의 절반인 648만여주를 재산분할로 청구하였는데, 그 지분의 현금가치만 하더라도 1심 재판 당시 1조 3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 소유의 SK(주) 주식은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노 관장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 기여가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혼인 해소과정에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자체로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소시민이자 여성으로서 1심 판결은 매우 아쉽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부부가 혼인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또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결국 가장 치열한 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산분할'이다. 누군가는 최대한 더 많이 받고 싶고, 누군가는 최대한 덜 주고 싶어 한다. 서로가 협의되지 않으면 결국 법원이 서로 나눠가질 재산의 금액과 분할 방법까지 정해주면서 이 싸움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혼시 부부의 재산분할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조문을 보면 이렇게 처절하고 지리멸렬한 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간단하다. 우리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재산분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불가능한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법 규정에는 특유재산이니 고유재산이니 하는 내용 자체가 없고, 특유재산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명확히 규정된 바가 없다. 결국 이 판단은 법원이 구체적 사건을 다루면서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과 '기타 사정'을 어떻게 보는지가 핵심이다. 법원은 재산분할에 대하여 수십 년간 많은 사례와 법리를 축적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원칙과 법리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재산분할제도는 1990년 1월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민법 제정 당시부터 채택된 부부별산제도는 형식적으로는 부부 각자의 평등함과 경제적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 중 남성 배우자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관행과 사회적으로 혼인 후 경제활동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혼인해소 과정은 부부의 평등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하여 재산분할제도가 도입됐다.

 

 

대법원 역시 2013년 6월 20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민법이 혼인 중 부부의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 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로 재산분할제도를 설명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2005년 호주제 폐지 등을 거치며, 초기 재산분할과 관련된 논의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남성 배우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던 여성 배우자의 현실적 권리 보장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사례의 축적을 통하여 대법원 판례는 혼인기간 중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 배우자의 가사노동에 점진적으로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또한, 일방 배우자의 소유인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해당 특유재산의 유지에 가사노동이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경우라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예외의 범위를 점차 확장하여 왔다.

 

 

실무상 이 '기여'의 의미는 '육아, 보살핌, 가사노동', '소득이 수반되는 경제활동', 또는 이 모든 요소가 복합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혼인기간 동안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전업주부라고 하더라도 가사노동만으로도 이 '기여'가 법리적으로 당연히 인정된다는 의미이고,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음은 명확하다. 법률이 초석을 놓고 법원이 쌓아올린 재산분할제도는 경제노동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가시화하고 실질화한 것이다. 

 


다시 최 회장과 노 관장에 대한 1심 판결의 결론으로 돌아가 보자. 최 회장의 SK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혼인과정 중 노 관장의 외부 경제활동이나 육아, 가사 노동 등은 최 회장의 특유재산을 유지하고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는 개인사업자나 개인 법인 수준의 회사가 아닌 '대기업의 주식'이라는 점이 매우 많이 고려된 결론이라고 본다. 특유재산이 예외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법리를 적용하였다면, 1989년 혼인한 이들 부부의 30년이 넘는 혼인기간, 아트센터를 운영하며 경제활동과 더불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자본이 있었던 노 관장의 '기여'가 최 회장의 특유재산을 유지하는 데 법률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런 결론에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사적인 이혼이 기업의 경영과 유지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기업중심의 사고와, 지배구조의 변동 등으로 불안정성을 야기할 것이라는 가정법원의 기업 안정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온 원칙과 법리가 아닌, 결과를 먼저 고민하고 결과에 끼워 맞춘 판단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결론이 유지된다면, 기업을 운영하는 배우자와 혼인한 일방 배우자가 이혼할 경우 배우자의 재산이 특유재산으로 평가받는 주식밖에 없다면, 재산분할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의 주식은 최소한 재산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포함은 했어야 함이 마땅하고, 이후에 여러 가지 요소 등을 고려하여 분할액수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마땅했다.

 

 

물론 이런 '세기의 이혼'의 결론을 내야 하는 법원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소위 재벌들의 이혼소송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고, 공식적인 유사 선례가 있는 것도 아니니 결론을 짓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재산분할제도를 민법에 도입하게 된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법원이 쌓아올린 법리는 쉽게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에 대하여 SK(주) 주식의 지분을 재산분할로 청구하는 대신, 해당 주식의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여 고정된 금액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청구방식을 변경하였다. 주식의 지분 취득이 아닌 현금 청산을 희망한다는 의미로, 바꿔 말하면 경영에 관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원심 판결과는 다른 판단 과정, 그리고 다른 결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처한 상황이 서로 뒤바뀌더라도, 이들의 성별이 바뀌더라도, 이들이 재벌 회장님과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더라도, 판단의 과정과 결론은 같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필자 약력 

 

- 사법연수원 40기 수료(사법시험 50회)
-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 여성가족부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위원
- 대검찰청 양성평등심의위원회 외부위원
-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
-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위원
- 한국젠더법학회 이사·대외협력위원장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ks.lee@womennews.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16477?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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