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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키'·'피라미드 게임' 등…"지나치게 자극적, 신중한 고민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명문자제들이 모여있는 엘리트 고등학교에 전학 온 주인공. 학교에서 집안 배경은 곧 권력이 되고, 공고한 서열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17일 방송가에 따르면 학생들 간 서열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하이틴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되면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에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드라마다.
태어난 순간부터 선택받은 상류층 아이들이 모인 명문고등학교에 주인공 강하(이채민 분)는 장학생으로 전학을 온다.
재벌가 후계자, 무역회사 인터네셔널윤의 막내딸, 대대로 정치인을 배출해온 집안의 차남 등 학생들의 집안 배경은 화려하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강하는 동급생들에게 철저한 무시와 냉대를 당한다.
'피라미드 게임'은 매달 투표로 학생들의 등급을 매겨 가장 낮은 F등급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백연여고를 배경으로 한다.
투표로 정해지는 등급은 사실상 이미 존재하는 서열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매번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A등급으로 최상위층에 군림하는 백하린(장다아)은 재벌가 백연그룹의 후계자이자 백연여고 이사장의 딸이고, 나머지 B등급도 백하린과 어울리는 비슷한 명문자제들이다.
소심한 성격, 혹은 왜소한 체격 때문에 '서열 꼴찌'가 된 주인공이 마주한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학원물도 있다.
오는 29일 웨이브와 왓챠에서 공개되는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로 조용한 성격의 왕따 고등학생 송이헌(윤찬영)의 몸에 47세 조폭 김득팔이 빙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송이헌은 조폭에 빙의된 후 자신만의 기술로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같은 이야기더라도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면 내용이 더 자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이 만든 세상 때문에 어른들이 사회에서 겪는 일들을 학생들이 학교에서 비슷하게 겪게 되는 이야기가 요즘 학원물에서 눈에 띄는 전개"라고 짚었다.
자극적인 소재와 학교 배경을 결합한 드라마가 잇따라 공개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모방위험이 커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현실을 고발한다는 취지로 학생들의 서열과 그로 인한 폭력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 중 지나치게 자극적인 작품들이 적지 않다"며 "청소년을 다루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더욱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