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설계비가 적으면 (우리 회사는) 입찰 안 들어가고 다른 거 해도 됩니다. 하지만 공항사업이 망가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지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졸속 설계와 부실 공사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국내에서 손꼽는 엔지니어링사의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가덕도신공항을 언급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사연은 이랬다. 조만간 사업비가 10조 5000억원이 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로 발주될 예정이다. 국내 턴키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중앙일보 5월 13일 온라인 보도〉
여객터미널과 접근 교통망을 제외한 부지조성과 활주로·유도로·계류장·방파제·항행안전시설 등을 구축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가덕도신공항의 기초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사업이다. 모처럼 이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설계와 감리를 담당할 엔지니어링업계, 시공을 담당할 건설업계 모두 반가워해야 일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엔지니어링업계로만 보면 우선 국토교통부가 책정한 설계비(817억원)에 대한 불만이 크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설계비는 1000억원이 더 많은, 최소 1800억원 이상이다. 양측의 계산 방식이 다른 데다 이를 놓고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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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제대로 기능하는, 안전한 공항을 만드는 것이다. 바다에, 그것도 태풍도 적지 않게 지나가는 외해에 공항을 짓는 사업은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와 건설업계에는 상당한 모험적 과제다. 이를 차질없이 해내려면 치밀한 설계와 세심한 시공이 필수다. 그러려면 그에 맞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무리한 속도전 속에 불상사라도 생기면 자칫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집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60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