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뮤비 감독 꿈 지키기 위해, 스승이자 선배 성폭력 고발합니다”
7,616 13
2024.05.13 11:27
7,616 13
oVBmhE


“제가 강제추행을 당했는데요. 가해자가 직장 상사는 아닌데 상사 같은 사람이에요. (…) 업계에 소문나서, 생계가 끊기면 어떡하죠?”

지난 1월23일 지은(가명·20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여성 긴급전화 1366’에 전화를 걸었다. 이날 새벽 대학 재학시절 ‘교수님’이자 영상촬영·편집업계 선배, 사실상 그의 고용주인 ㄱ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술에 취해 작업실에서 잠든 지은씨 신체를 ㄱ씨가 만진 것이다. 영상제작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4월말까지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학 4학년 때 ㄱ씨 수업을 들었던 지은씨는 졸업 뒤 2년여 동안 그의 회사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촬영현장에서 ‘연출팀 막내’, ‘조감독’ 등으로 불리며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해왔다. ㄱ씨가 알선해준 영상촬영·편집 보조 업무로 생계를 꾸리고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꿈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이런 ㄱ씨를 경찰에 신고하면 앞으로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을까. 눈앞이 아득했다. 그렇다고 성폭력 피해를 그냥 넘길 순 없었다. 3년 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대학 강단에 선 ㄱ씨를 동경하고 따를 후배들이 떠올랐다. 인하대 겸임교수였던 ㄱ씨는 현장을 볼 기회를 준다며 학생들을 촬영 현장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3년 전 내가 꿈에 매몰돼 가해자를 마냥 우러러봤던 것처럼 후배들도 앞뒤 재지 않고 가해자를 따라다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할까 봐 걱정돼 견딜 수가 없었어요.”

지은씨의 용기로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김포경찰서는 지난 4월5일 ㄱ씨에게 준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그러나 ㄱ씨는 곧바로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고 한 달 가까이 강단에 섰다. 보다 못한 지은씨가 직접 피해를 알리고 나서야 인하대 쪽은 4월 30일 ㄱ씨로부터 사직서를 받았다. 


지난 5월3일 지은씨는 졸업한 지 2년여 만에 인하대를 찾았다. 학내 곳곳에 ㄱ씨의 성폭력 사실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서였다. ‘인하대의 금요일이 안전할 수 있도록’이라는 제목의 대자보에 이렇게 썼다. ‘가해자는 최근까지 금요일마다 수업을 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를 막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자신과 같은 피해를 겪었지만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후배가 있지 않을까 염려가 컸다. “저는 졸업했지만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가해자로부터 학점을 받아야 했잖아요. 같은 상황에서 저처럼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한겨레와 만난 지은씨는 헐렁한 검은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지난 2년간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입었던 “작업복”이었다. “인맥이 곧 재산인 이 업계에서 성폭력을 당해 입방아에 오르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부러 남성용 운동복만 입고 다녔습니다. ‘성적 대상’이 아니라 ‘동료’로 보이고 싶었어요. 남자들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촬영 전날에는 매일 두 시간씩 웨이트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게 아직도 현실감이 없어요.”

성폭력 피해 이후 수입은 넉 달째 ‘0’이다. 가해자 혐의를 입증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새로운 일을 할 여력이 없었고, 성폭력 피해로 인해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다. 사건 발생 이후 지은씨는 20㎏에 육박하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해 증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서류 뭉치가 든 가방이다. 12개월 할부로 “거금 들여” 선임한 변호사가 언제 전화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깨에 맨 손바닥만한 손가방엔 알약이 빼곡히 들어찼다. “알약 8개를 먹어야 겨우 잠이 들어요. 우울증, 공황장애약까지 합치면 하루 24개 알약을 삼킵니다.”


EwPdRl


(중략)



문화예술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은 성폭력 피해를 공유하고 업계 자정을 도모할 ‘동료’가 마땅히 없다. 지은씨가 “저 혼자 벽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었으면 한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업계 동료이자 선배인 한 영상감독이 써준 탄원서는 지은씨에게 단단한 희망이 됐다.

“피해자는 제가 만났던 수많은 영상 꿈나무들 중 가장 재능있고 미래가 밝은 친구입니다. 인맥이 가장 큰 재산인 영상업계는 (…)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나 사회적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에 다양한 폭력이 쉽게 묵인됩니다. 피해자의 생계이자 꿈의 터전인 영상업계에 피해자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가해자에게 엄벌이 필요합니다.”

지은씨는 이제 되묻는다. “피해자가 왜 꿈을 접어야 하나요? 저는 제 꿈을 무조건 이룰 거에요. 그러기 위해 제가 발 담근 이 업계를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제 사건이 알려져 업계 동료들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https://naver.me/xC14z7fo


해당 교수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영상 프로덕션의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김포경찰서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대학교수이자 영상 감독인 40대 남성 A씨를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PnIcFs
SPhzSM
hbZtcA
iynEgd
omjPYH
aDSvGq
nsDmeS

목록 스크랩 (0)
댓글 1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스킨 X 더쿠💛] 모!처럼 달!라진 일주일을 선사하는 <디어스킨 리얼모달> 체험 이벤트 175 06.21 57,39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489,68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301,60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744,59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2,988,24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909,82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4 20.09.29 2,810,83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2 20.05.17 3,495,29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5 20.04.30 4,064,92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511,1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42457 유머 유투버 헤이킨 채널 일본인 시호가 따라하는 올리브영 직원 말투 20:29 60
2442456 유머 독사만났을때 대처법 20:28 108
2442455 유머 ???: 시장님 마라탕 사주세요 11 20:27 452
2442454 이슈 [KBO] 8이닝 94구 3K 무실점 잠실구장을 지배하는 켈리의 완벽한 호투.gif 12 20:27 402
2442453 이슈 케이윌 피셜 월드게이 3편 나옴‼️ 18 20:27 663
2442452 이슈 남자도 전업주부 하라고 하면 할사람 많아?.blind 9 20:27 599
2442451 이슈 세븐틴 팬미팅 선예매 티켓팅 대기번호.. 23 20:24 1,297
2442450 이슈 형부를 신랑이라고 착각...미안해요 미안해요... 3 20:23 1,100
2442449 이슈 [KBO] 켈리 퍼펙트까지 단 1이닝 남음 39 20:23 1,066
2442448 유머 고독한 강동호(백호)방에 못 들어간 강동호(백호) 1 20:23 196
2442447 이슈 다음 주 송스틸러 라인업.jpg 5 20:21 890
2442446 이슈 월드게이 속편 제작 예고 했다는 케이윌 ㅋㅋ 91 20:20 1,955
2442445 이슈 [KBO] 기아 타이거즈 4회초에 4번째 타석 순서 도는 중 19 20:20 1,253
2442444 이슈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둘 or 슬픔이 반이 된다 (MBTI랑 이유 말해보기) 12 20:19 261
2442443 이슈 지금 바오가족방을 휩쓸고 있는 사카린러(&사카리툥)🐼 15 20:15 2,303
2442442 이슈 의외라는 반응 많은 노르마니 솔로 첫 데뷔앨범 성적 19 20:14 919
2442441 이슈 헤메코 찰떡같다는 오늘자 청룡시리즈행사 임지연 3 20:14 1,777
2442440 기사/뉴스 박정현 교총 회장 “제자 격려”라더니…편지에 “여신님” “안아주고 싶어” 13 20:13 983
2442439 정보 니시노 카나 활동 재개 27 20:13 1,995
2442438 기사/뉴스 체험학습 줄줄이 취소 움직임…안전사고로 법정 선 교사 후폭풍 29 20:13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