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나무를 발가벗겨놨어” 멋진 가로수였는데…꼭 이렇게 해야 돼? [지구, 뭐래?]
17,242 16
2024.05.12 00:34
17,242 16

 

 

지난해 6월(왼쪽)과 5월 10일 대전 서구 유등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주변 가로수에 비해 대로변 가로수의 잎과 가지들이 잘려 있다. [네이버 지도 거리뷰·독자제공]

지난해 6월(왼쪽)과 5월 10일 대전 서구 유등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주변 가로수에 비해 대로변 가로수의 잎과 가지들이 잘려 있다. [네이버 지도 거리뷰·독자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다른 나무들은 풍성한데…왜 너희들만 발가벗겨졌니?”

대구 서구 유등로의 양 옆을 메운 플라타너스. 한창 잎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인데, 일부 가로수들은 가지를 다 드러내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최모(58) 씨는 “나무들이 아직 자라는 중인가 했는데 한 블록만 지나면 같은 플라타너스인데도 잎사귀가 왕성하게 자라있다”며 “여기 나무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녹음이 짙어지면서 가지치기가 된 나무들이 드러나고 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가로수 가지치기기 이뤄지는데, 일부 가로수들은 다시 자라기 어려울 정도로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5월 10일 대전 서구 유등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독자제공]

5월 10일 대전 서구 유등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독자제공]

같은 거리, 같은 수종인데도 가로수마다 외형이 다른 건 가지치기 시기에 따른 차이다. 문제의 가로수들은 3월께 새순이 나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 가지와 잎을 상당수 잘라냈다는 설명이다.

대전 서구 녹지과 관계자는 “과도한 생육을 막고자 플라타너스는 새순이 나기 전에 주로 가지치기를 한다”며 “이미 이파리가 자란 뒤에는 산물이 많이 나오고 수형을 잡기 어려워 가지를 다 쳐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로수에 대해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플라타너스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잎을 더 틔울 수 있다”면서도 “강한 가지치기의 흔적이 보인다. 과거에 잘못 잘랐던 가지치기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도로에 가지치기 된 가로수 [독자 제공]

서울 시내의 한 도로에 가지치기 된 가로수 [독자 제공]

보기 안쓰럽게 잘린 나무들은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광주도심 23개 지점, 41그루의 가로수가 과도하게 가지치기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기술연구원이 2022년 60개 도로의 양버즘나무 가지치기 현황을 조사했더니 일부 구간에서 나무의 머리를 잘라내는(두절형) 가지치기가 발견됐다.

최영 팀장은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가로수 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가지치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강한 가지치기를 한번이라도 하면 나무 고유의 수형이 영구적으로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서구 풍암동 한신아파트 인근 가로수가 작은 가지만 남기고 가지치기 돼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시 서구 풍암동 한신아파트 인근 가로수가 작은 가지만 남기고 가지치기 돼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가로수 가지치기는 주로 안전을 위해 이뤄진다. 신호등, 교통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이 나뭇가지에 가려져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 강풍으로 나뭇가지가 떨어지거나 고압선이나 배전선에 닿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

문제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할 정도의 강한 가지치기다. 과도하게 잘린 나무는 균에 감염되어 썩을 수 있다. 새로 나는 가지는 더 가늘어져 나무의 생장에도 좋지 않다. 또 줄기와 가지 윗부분을 잘라내면 나무의 에너지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가로수의 건강은 가로수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중요하다.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대기오염과 도심열섬현상 등을 완화하는 가로수의 역할은 크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가로수가 그늘막보다 열 저감 효과가 25%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대로변에 잎이 무성한 가로수들 [독자 제공]

서울 종로구 대로변에 잎이 무성한 가로수들 [독자 제공]

나무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지치기를 할 수는 없을까. 올바른 가지치기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마련돼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 잘리 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놨다.

서울환경연합도 2022년 발간한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작은 안내서’를 통해 차도와 인도에 면한 가로수의 경우, 가지의 성장을 위쪽으로 유도하거나 구조물로부터 멀리 혹은 평행하게 자라도록 유도할 것을 권했다.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작은 안내서 [서울환경연합]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작은 안내서 [서울환경연합]

그럼에도 여전히 과도한 가지치기가 반복되자 초강수까지 등장했다. 잘못된 가지치기로 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나무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하는 거다.

 

 

https://v.daum.net/v/20240511184104882

 

목록 스크랩 (0)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아시아 최고 판타스틱 장르 영화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예매권 이벤트 173 06.21 30,56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442,763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216,99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695,25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2,920,65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899,17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4 20.09.29 2,787,17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2 20.05.17 3,472,71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5 20.04.30 4,056,65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497,37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527 기사/뉴스 외국인 찾다 시간만 흘려보낸 축구협회…국내 사령탑에 무게 15:46 95
299526 기사/뉴스 ‘꿈’ 같던 지난해, 이제는 “여자축구 미래 돕고파”...지소연 이은 최연소 A대표 발탁, 현대고 권다은의 당찬 포부 [여왕기] 15:28 205
299525 기사/뉴스 "가보 생겨, 고마워요 뷔" 김진수, 뷔 싸인 앨범 받고 행복 9 15:20 1,587
299524 기사/뉴스 119구조견 '고고', 원주서 실종된 70대 치매 노인 구조 '기특' 10 14:31 2,139
299523 기사/뉴스 열애설, 사생 피해, 팬미팅 사기..변우석이 한 달 사이 겪은 일들 [Oh!쎈 초점] 25 14:23 3,110
299522 기사/뉴스 9년전 비전·5년전 일성 어디로…11명 못 뛰는 여자축구팀 속출 1 13:50 1,078
299521 기사/뉴스 성적만족 위해 필로폰을 “이거 물담배야”...여성들 마약 흡입시킨 30대男 8 13:13 2,900
299520 기사/뉴스 20세 연하 여성이 안 만나준다고 60대가 스토킹·감금·강간 16 13:04 4,280
299519 기사/뉴스 [차트IS] ‘인사이드 아웃2’, 350만 돌파…예매율 50%대 유지 12 13:00 1,063
299518 기사/뉴스 '케이크는 4만원짜리 먹고 화장품은 다이소'…독특한 MZ 소비행태 452 12:36 43,562
299517 기사/뉴스 "추녀야" 상간녀 오해 사과했지만…황정음, 결국 고소 당했다 20 12:28 3,243
299516 기사/뉴스 제주 모 중학교서 첫 백일해 집단환자 발생 ‘접촉자 44명’ 26 12:27 4,965
299515 기사/뉴스 외국인 찾다 시간만 흘려보낸 축구협회…국내 사령탑에 무게 10 12:20 1,929
299514 기사/뉴스 미나미노 타쿠미가 모나코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 공식전 31경기 출장에서 9골 6도움을 기록 1 12:05 956
299513 기사/뉴스 NCT 위시, 팬미팅 전국 투어 성료…5개 도시 13회 공연 전석 매진→'올해 최고 신인' 입증 9 11:48 912
299512 기사/뉴스 엔비디아 주가 이틀 연속 3%대 급락, 차익 실현 매물 쏟아져 15 11:35 4,000
299511 기사/뉴스 그알 보고 찾아본 구하라 4년전 금고털이 영상 분석 기사 3 11:32 4,222
299510 기사/뉴스 "여행, 고마워요"라던 아들을 아빠는 "그냥 자라"며 14분간 목을 졸랐다[전국부 사건창고] 54 11:26 6,797
299509 기사/뉴스 안신애,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OST 참여..이효리 母女 관계 영감받아 11:19 1,089
299508 기사/뉴스 아이브 ‘英 O2 아레나’ 기념패 인증…오늘(23일) 남미 투어 시작 9 11:05 1,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