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 전문의 2900명 줄어드나…전공의 복귀 마지노선 이달 20일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24-05-08 05:01 최종수정 2024-05-08 07:30
전공의들 복귀 여부, 최대 관심사
전공의들이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에 전문의가 한명도 안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4월 15일 서울 소재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매년 3000명씩 배출되던 신규 전문의가 내년엔 ‘0′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오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미달’로 내년 전문의 시험을 볼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시험 자격을 잃는 고연차 전공의 절반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진료과 전공의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형 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중 가장 선임인 ‘레지던트 3·4년 차’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보게 된다. 그런데 전문의 수련 규정상 수련을 안 받은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건 지난 2월 20일 전후. 이 ‘3개월 초과’ 시점이 오는 20일쯤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을 넘기면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의료계 인사들은 “오는 20일이 전공의 복귀 마감일”이라며 “이 시한이 지나면 전공의 상당수는 아예 복귀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렇게 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신입 필수 진료과 전문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910명이다. 이들 중 필수 의료 분야 레지던트 수는 1385명으로 전체의 48%다. 내과 656명, 응급의학과 157명, 외과 129명, 소아청소년과 124명, 산부인과 115명, 신경외과 95명, 신경과 86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3명 등이다.
상당수 전공의는 여전히 복귀를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없다.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전공의도 “전문의 시험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며 “그것 때문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상당수 전공의가 전문의 취득 시점이 1년 지연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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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내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전공의 ‘복귀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박 위원장은 본지에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비상 진료 체제가 이미 가동 중이기 때문에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거의 나오지 않아도 현장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원래 전공의 본인들이 계획했던 것보다 최소 1년 뒤에 전문의가 되는 것”이라며 “전공의 최대 3000명 정도가 전문의 자격을 못 따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길게 보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오는 20일까지 고연차 레지던트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으면 올해 영영 안 돌아올 전공의가 꽤 많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금 같은 상황이 더 길어지게 된다”고 했다. 영남 지역의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고연차 레지던트들만 남아 있어서 이들이 전문의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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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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