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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서른 살 K-팝의 성장통 “K-팝 신화 깨야”…하이브-민희진이 쏘아올린 공, 멀티 레이블 운용 미숙ㆍ카피ㆍ앨범깡, K-팝 신화 깨고 건전한 생태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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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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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일본 도쿄도 시부야 거리에 버려졌다고 X를 통해 퍼진 세븐틴 새 앨범 사진. [X(구 트위터)]


하이브-민희진이 쏘아올린 K-팝 민낯
멀티 레이블 운용 미숙·카피·앨범깡
K-팝 신화 깨고 건전한 생태계 만들어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멀티 레이블, 카피 논란, ‘랜덤 포토카드’ 등 음반 판매 전략….

 

로이터 통신은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을 두고 “돈이 되는(lucrative) K-팝 산업을 강타한 최신 분쟁”이라고 봤다.

 

1996년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데뷔 이후 약 30년. 서른 살이 된 K-팝은 지금 호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11개의 자회사를 갖춘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이의 갈등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K-팝의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직적 멀티 레이블 구조…전면 재검토?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시작된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은 K-팝 업계에서 전례 없던 내홍이다. 2020년대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확장, K-팝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양측의 갈등으로 이전의 여러 분쟁들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1세대 H.O.T 이후 지난 30년간 K-팝은 내수 시장을 넘어 동아시아, 미국, 유럽으로 확장하며 매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1990년대 SM엔터테인먼트 설립과 함께 K-팝의 역사가 시작,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며 SM이 최초로 상장을 했고 이후 산업이 고도화되며 다양한 음악 레이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역시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K-팝 업계 최초의 상장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00년 상당 당시 자산 95억원, 매출액 125억원의 회사였으나 2024년 현재 시가 총애 약 1조 8000억원 규모의 기업이 됐다.

 

하이브는 전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인 스타로 인해 등장하게 된 거대 K-팝 기업이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유례없던 성취를 거둔 방탄소년단을 등에 업은 하이브는 기존 3대 기획사(SM, YG, JYP)를 뛰어넘는 매출을 만들며, 기존 업계의 지배구조에 벗어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렸다.

 

최근 열린 문화연대의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강혜원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 교수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3세대 K-팝 그룹 이후 북미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며 K-팝 산업의 IP(지적재산권) 수익화 전략이 정교해졌고, 투자 관점에서 M&A를 통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수 있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등장하게 됐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하이브 내홍의 원인을 “수직적이고 배타적인 멀티레이블 지배 구조”에 있다고 본다. 멀티 레이블은 모회사인 대형 기획사 산하에 여러 기획사를 흡수해 레이블(자회사)로 운영하는 형태의 시스템이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이 이러한 시스템으로 몸집을 불렸고, 세계 음악 시장에서 패권을 잡았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K-팝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당연히 갖춰야할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 보는 견해가 여전히 많다. 하이브는 현재 국내외에서 11개의 레이블을 두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이번 하이브-어도어 사태는 경영과 창작을 동시에 시도했던 초창기 시절을 지나 현재의 과도기에선 글로벌 음악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급격한 인수 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이해관계의 충돌로 봐야한다”며 “그 과정에서 나온 멀티 레이블 체제가 급속하게 만들어진 데다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기자회견에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은 중앙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모회사가 있고, 그 아래 레이블들이 포진돼있다”며 “중앙에서의 통제가 쉬운 방식으로 설계된 것을 허울 좋게 멀티레이블 체제라고 했다”고 꼬집었다.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역시 “하이브라는 경영지배구조 안에서 레이블이 수직계열화 돼있어 각 레이블이 모회사 안에서의 협업보다 배타적 경쟁에 익숙해졌다”며 “산하 레이블이 계약상 독립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종속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만들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과 경영을 분할해 운영하는 체제는 불안정하고 언제든 해체될 수 있다”며 “레이블의 콘텐츠가 성공할수록, 소속 레이블이 지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K-팝 업계에서 멀티 레이블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힘든 것은 같은 수요층을 대상으로 음악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평론가는 “K-팝 시장은 비슷한 장르, 비슷한 기획, 비슷한 홍보 마케팅과 겹치는 타깃층을 상대하고 있다”며 “멀티 레이블이라고 하지만 밥만 한 솥에서 먹지 결국 똑같은 작업장에 나가 서로 밀치며 경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K-팝 업계는 멀티 레이블 체제보다 ‘프로덕션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SM과 JYP의 운영 방식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 위원은 “기업 구조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무형의 자산을 사내에서 서로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변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각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디렉터에게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자율성을 부여하되, 경영적인 부분에서는 하이브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K-팝 카피 논쟁

”지금 우리 안무가들 X빡쳤어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로 어도어에 감사권을 발동하자, 그는 하이브의 또다른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성 감사라고 주장했다.

 

양측 간의 공방전과는 무관하게 민 대표의 공개 ‘카피 발언’은 K-팝 아티스트와 팬덤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겼다. 현재 아일릿은 ‘뉴진스 타피 그룹’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가 공개적으로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한 이후, K-팝 업계는 지금까지 논란이 된 적 없던 사안를 꺼내들게 됐다. K-팝의 창작, 제작 과정은 물론 카피의 범위까지 제고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뉴진스의 등장과 함께 ‘화려한 K-팝 스타일’은 보다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옮겨 가며 이지 리스닝 계열이 음악이 각광받게 됐다. 특히 틱톡 등의 숏폼 플랫폼의 배경음악에 어울릴 만한 이지 리스닝 장르를 추구하며 뉴진스가 선도한 스타일링과 음악을 지향하는 경향이 K-팝 업계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 문제를 두고 카피로 볼 것인지, 트렌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 대표는 그러나 “뉴진스의 개성을 따라하고 우리만의 제작 시스템을 ‘기성화’ 하는 일이 오히려 주주 이익을 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민희진 대표가 주장하는 아일릿의 카피 논란은 단순히 곡 표절을 넘어 아이돌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복제 의문 제기로 이해하야 한다“며 ”K-팝 시스템은 한 사람이 단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돌 제작 과정의 포뮬러를 개인이 독자치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이 개인이 원작자를 자처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결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팝 최대 위기가 될 앨범깡…“판매량 신화 깨야"
K-팝 성지로 꼽히는 일본 도쿄도 시뷰야의 한 백화점 인근 공원. 세븐틴의 새 베스트 앨범 ‘세븐틴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를 담은 박스 수십 개가 무더기로 버려졌다. ‘마음껏 가져가세요’라는 메모와 함께였다.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일본인 네티즌은 지난달 30일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시부야 길거리에 새 앨범이 상자째 폐기되고 있다. 이건 정말 심하다”고 적었다.

국내 최초 음반원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는 2011년부터 실물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했다. 음반 판매량 집계 이후 2016년 1000만장, 2018년 2000만 장을 돌파했고, 2023년엔 마침내 1억 1000만장을 넘었다.

 

해외 시장과는 달리 국내에서 피지컬 앨범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K-팝 음반업계의 독특한 판매 전략 때문이다. 앨범을 구매할 때 미공개 랜덤 포토카드를 지급하고, 사인회와 팬미팅 응모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전략으로 인해 팬들은 다양한 판매처를 돌아다니며 ‘음반 쇼핑’을 한다. 원하는 미공개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수십 장의 앨범 구매는 기본.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진행한 설문 결과, K-팝 음반 구매자 가운데 52.7%는 “포토카드 등 굿즈를 모으려고 앨범을 샀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혜원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는 “팬들이 사인회를 위해 앨범을 수백만원 어치씩 사고, 죄책감을 떨치려고 남은 앨범을 기부하는 식의 문화가 심각하게 만연해진 상황”이라고 꼬집했다.


압도적인 음반 판매량으로 K-팝 가수들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을 비롯해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앨범 소비량 순위를 산정한다.

 

사실상 K-팝의 음반 판매량 등 전례없는 성과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기적 같은 성취였음에도, 산업이 성장하며 ‘돈’이 몰리기 시작하자, 업계에선 더 큰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콘텐츠는 팬들의 열성적인 소비로 이러한 성과가 만들어지고, K-팝 회사가 상장까지 되며 투자자가 몰리고 자금의 흐름을 만든 제2 한강의 기적”이라며 “지금까지도 엄청난 기적이었는데 투자자들에게 청신호를 주기 위해 기적의 일상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팬덤의 심리를 간파한 과격한 판매 전략을 세우며 건전하지 않은 생태계가 이어졌고, 수치가 만들어낸 성과는 뛰어났으나 실제 K-팝의 대중적 인기 사이에선 괴리를 나왔다. 지난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앨범 차트 집계에 따르면 세븐틴이 1위, 스트레이 키즈가 2위, NCT 드림이 6위에 올랐다. 반면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월간 청취자 수를 보면 방탄소년단이 177위 블랙핑크가 421위, 스트레이 키즈가 1220위, 세븐틴이 1661위였다. 코어 팬덤이 음반 판매량은 끌어올렸지만, 정작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임 평론가는 “음반 구매량과 실질적인 음원 소비가 이렇게 차이가 있는 것은 코어 팬덤에 의한 과도한 소비로 만들어진 결과로 건강하지 않은 K-팝의 이면을 보여준다”며 “앨범 판매량 신화를 깨부수고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50605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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