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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대한축구협회는 어떻게 참사 전문 조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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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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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4선 욕심에 잇단 무리수
클린스만 발탁으로 여론 뭇매…협회 내 프로세스와 시스템도 파괴


카타르 도하는 2개월여 만에 또다시 한국 축구가 뼈아픈 역사를 새겨야 하는 참사의 현장이 됐다.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A대표팀)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졸전을 거듭하다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완패하며 64년 만의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결국 결승 진출 실패 후 11일 만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지만,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클린스만 사단의 위약금은 거대한 재정 부담을 남겼다.

그리고 도하의 4월은 변함없이 한국 축구에 잔인한 달이 됐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 나선 황선홍호는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조별리그에서 UAE·중국·일본을 연파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맞붙은 8강전에서 한국은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다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수장이 신태용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기에 씁쓸함은 더 컸다. U-23 아시안컵 조기 탈락으로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이어온 본선 진출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최근 5차례 올림픽 중 4차례나 8강에 올랐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며 세계적인 강호로 올라섰다. 남자축구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며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단체 구기종목은 여자핸드볼만 남게 됐다.

 

잇단 축구외교 참사…鄭 '국제축구계 왕따'

2021년 정몽규 회장은 3선에 성공하며 자신의 임기를 2024년까지 늘렸다. 3기 집행부를 열면서 정 회장은 앞선 8년 동안 무너진 한국 축구 외교력 회복에 방점을 뒀다. 2009년까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활약한 사촌형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FIFA 부회장으로 다년간 활약하며 국제축구계의 거물로 군림한 반면 정몽규 회장은 2019년 FIFA 평의회 위원 만기를 끝으로 국제축구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못했다.

2022년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반납한 2023년 아시안컵 개최권 획득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주요 대회가 중동에서 잇달아 개최되는 흐름을 바꿔 아시아 축구에 기여한다는 외적인 명분에, 반세기 넘게 정상에 서지 못한 한국이 홈에서 트로피를 드는 실리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도였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와 더불어 적극적인 관심을 쏟으며 아시안컵의 한국 개최를 후방 지원했다.

명분에서 앞선다며 박빙을 자신했던 대한축구협회의 예상과 달리 2022년 10월 발표된 아시안컵 개최권은 카타르에 손쉽게 넘어갔다. 한국의 완패로 알려졌다. 4개월 후 정몽규 회장은 AFC 총회에서 치른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재출마했지만 7명 중 6위에 그치며 2연속 평의회 진입에 실패했다. 잇단 국제외교 참사에 정 회장이 국제축구계에서 왕따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 달 후 대한축구협회는 또 한 번의 헛발질을 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념해 국내 축구인들의 통합을 위한다며 대대적인 사면을 선포한 것이다. 문제는 이 사면 대상에 축구의 근간을 흔든 승부조작 사범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한 거센 여론의 반발에 기습 사면은 철회됐지만, 이때부터 정 회장이 2024년으로 끝나는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행보를 거듭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4선에 대한 욕심은 잇단 무리수를 불렀다. 한국 축구의 업적을 정 회장 개인의 공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021년 7월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리 주체인 전력강화위원회를 관련 업무에 대해 조언을 하는 객체로 전환시키는 정관 개정을 조용히 진행했다.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정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감독을 선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으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뜨겁던 2017년 후반기 홍명보 전무와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하고 각종 행정 프로세스를 수정했다. 그 결과 투명한 업무 처리와 전문집단 중심의 감독 선임이 가능해지며 국제대회에서 빠르게 성과를 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 2020년 U-23 아시안컵 우승이 이 시기에 나왔다. 김판곤 위원장은 모두의 우려에도 디테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해 총력 지원했고 그 결과는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2020년을 끝으로 홍명보 전무가 떠나며 축구협회 내부에서 정 회장에게 직언하는 인물이 사라지며 폭주는 시작됐다. 김판곤 위원장도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떠나며 4년간 유지됐던 전문성은 무너졌다. 그즈음부터 주요 대표팀 감독 선임은 정 회장의 취향과 입김에 좌우됐다. 공교롭게 그렇게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2024년 잇달아 쓰디쓴 실패를 만들었다.

 

차기 A대표팀 감독 선임은 불신의 연속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로 뭇매를 맞은 정몽규 회장은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해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인도네시아전 패배 이틀 후 입장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게 전부였다. 같은 날 정 회장은 한국을 찾은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의 의전에 정신이 없었다. 천안에 건립 중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살만 회장과 함께 찾았고, 오는 10월 국내에서 AFC 어워즈 행사 개최를 공표하며 한국 축구의 위기와 관계없이 4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한발 뒤로 물러선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사임 후 공석인 A대표팀 감독 선임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에게 일임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정 회장이 관여하지 않은 채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임 주체가 아니다. 정관상 전력강화위원회가 관리할 수 없기에 감독 개인의 전횡에 가까운 행보를 저지할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국내 상주를 거부하는 행보를 거듭한 것도 그런 환경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에 벤투 감독은 주요 분기마다 대표팀 운영에 대한 리포트를 전력강화위원회에 제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수정 보완해 4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정해성 위원장은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을 포함한 복수의 외국인 지도자를 후보로 두고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름값 면에서는 벤투·클린스만 못지않은 인물들이 후보군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구를 선임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에 맞춰 평가했는지 대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거쳤느냐다. 또 정몽규 회장 3기에서 이미 해당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파괴된 상태이기에 이름값 높은 감독이 와도 방임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감돈다.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586/000007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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