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뭐예요?
- 네 서류다. 판사에게 보내서 평가를 받아야 하거든.
- 설마 나쁘게 쓰신 건 아니죠?
- 뭐라고 써 있나요?
- 보고 싶니?
- 왜 그러세요? 선생님도 경험 있으세요?
- 내가 상담 경력이 20년이나 되다 보니 별별 꼴을 다 본단다.
- 아니, 제 말은 직접 경험하셨냐고요.
- .....
- 나 말이냐?
- 네.
- 그래, 있어.
- 더러운 기분이었겠군요.
-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단다. 제정신인 날이 얼마 없을 정도로 항상 취해 있었지.
- 아하...
- 완전히 술에 취해서 두들겨 팰 사람을 찾는 게 일상이었어.
난 엄마와 동생이 맞지 않게 하려고 먼저 덤비곤 했단다.
- 아버지가 반지라도 끼고 있던 날이면 더 재밌는 광경이 나오곤 했어.
- ...그 남자는...늘 탁자에 랜치와 막대기와 허리띠를 늘어놓았어요.
- 저에게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죠.
- 나 같으면 허리띠를 골랐을 것 같은데.
- 저는 렌치를 주로 골랐어요.
- 왜?
-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보였죠.
- 네 양부가 그랬니?
- 네.
- 뭐 어쨌든. 평가 결과는 어때요? 애정 결핍 같은 건가요? 버림받을까 두려워 하는 거?
- 그래서 제가 스카일라와 헤어진 걸까요?
- 헤어진 줄 몰랐어.
- 헤어졌어요.
- 나한테 털어놓을래?
- 아니요.
- ....
- 나도 아는 게 많지 않지만, 이 모든 건 말이야... 네 잘못이 아니다.
- 네, 알아요.
-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니다.
- 알았다구요.
- 네 잘못이 아니야.
- 저도 안다구요.
- 아니야,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다.
- 네 잘못이 아니야.
- 알았어요.
- 네 잘못이 아니야...
- 화나게 하지 마세요.
- 네 잘못이 아니란다.
- 젠장할, 그만하세요! 선생님만이라도 성질나게 하지 말란 말이예요!
- 네 잘못이 아니다...
- ...죄송해요. 선생님, 죄송해요....
- 네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