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났다. 도대체 어디 숨었다가 이제 나타난 걸까. 그것도 딱 펼치니 책의 서문에서 보란 듯이 당당하다. ‘읽기’라고 친다는 것이 ‘읽지’가 되어 있다.
서너 번 종이 교정지와 최종 화면 교정을 보는 동안에도 ‘기’ 자에 달린 거스러미 같은 사선의 정체와는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하필이면 가장 마지막에 덧붙인 그 낱말이 외면당한 서러움을 앙갚음이라도 하듯 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게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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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오타 자연 발생설이라는 가설이 잡초 자연 발생설의 이론과 병행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없던 글자가 감쪽같이 자라날 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저장한 최종파일은 이미 최최종이 되었음에도 다시 ‘최’ 자가 그 앞에 더해졌다.
하기야 누구처럼 시부모님께 문자 드리면서 ‘오래 사세요’를 ‘오래 사네요’라고 했다든지 ‘엄마’를 ‘임마’라고 치고 ‘인감증명서’를 ‘인간증명서’라고 오타 낸 사연들은 일순간 피가 식지만, 즉시 말이나 글로써 사죄와 수정이 가능하다. 반면, 출력된 인쇄물은 끈질긴 생명력을 드러낸다. 폐기가 아닌 이상 백 년이고 천 년이고 한 번 박힌 오타는 본문 깊숙이 굴을 파고 뿌리를 내린다. 그러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세상에 오타 없는 책은 없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베스트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도 아이스크림을 아이스트림이라고 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걸 처음 발견했을 때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 경품에라도 당첨된 것같이 짜릿했던 기분은 또 무슨 이유였을까.
김정화 문학평론가/수필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8/0000028114?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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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와 이걸 못 보고 넘어갔다고?
작가/편집자: 와 이걸 못 찾아냈다고? 자연발생인가?
작가랑 편집자가 8번을 크로스체크했는데도 독자가 오타 찾아냈다는 썰도 봄... 물론 그 독자도 찾아내지 못한 오타가 책 어디엔가 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