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하도 시끄럽게 우는 바람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어요.”
1일 순천시 저전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8시 30분께부터 한 시간여 동안 센터 인근에서 까치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 들리지 않던 까치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직원들은 의아해 했지만 그저 시끄러운 새 소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까치 울음소리가 이어져 직원들이 소음 스트레를 호소할 지경이 되자 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길거리에 까치가 떨어져있다”는 것이었다.
(중략)
직원들은 곧바로 순천시 동물자원과에 협조 요청해 까치 구조와 둥지 보수 작업에 나섰다.
새끼 까치가 담긴 둥지를 그대로 들어올려 아래에 플라스틱 소쿠리로 받쳤다. 혹시 둥지가 부서져 새끼 까치들이 2차로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센터 직원들은 그제서야 한시간 동안 이어진 까치 울음소리의 이유를 알수 있었다. 조치 후 행정복지센터에 울려퍼졌던 까치의 울음소리가 멈췄기 때문이다.
김형동(31) 저전동 행정복지센터 총무과 주무관은 “그날따라 유독 행정복지센터에 와서 울더니, 자기 새끼들 구해달라고 민원 넣으러 왔던 것 같다”면서 “현장과 센터는 500m나 떨어져 있는데 까치의 자식사랑이 대단하다. 동사무소에 사람들이 오가는 줄 알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한차례 민원(?)을 잘 해결 해준 탓이었는지 1일 까치의 민원이 다시 이어졌다.
더는 찾아오지 않는 듯 했던 까치는 일주일만인 이날 다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의 민원을 생각한 직원들은 곧바로 둥지가 있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위에 놓인 까치 둥지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육식동물로, 높게 뛰어올라 날거나 쉬고 있는 새를 떨어뜨려 잡아먹기 때문에 서로 천적관계다. 직원들의 뒤를 따라온 까치 두 마리도 고양이 주변으로 날갯짓을 하며 쫓으려 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다가가자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자동차 아래로 숨었고 까치들의 울음소리는 다시 그쳤다. 센터 직원들은 “까치집에 알을 노리던 구렁이의 접근을 온갖 동작과 괴성으로 막던 어미 까치가 종래에는 자신이 먹이가 되어 자식을 구하는 동화속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까치는 우리나라 텃새로 오래전부터 마을 주변에 살며 길조로 불려왔다. 조류 전문가들은 까치는 맹금류 등의 천적을 피해 주로 높은 나무 꼭대기에 견고한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하고 지능도 미취학 아동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일수 조류 전문 수의사는 “까치는 똑똑하다고 알려진 까마귀와 지능이 비슷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도구까지 사용한다”며 “사람들의 모습이나 성향이 모두 같지 않듯 민원을 해결하러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까치도 무리중에서 더 영특한 친구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똑띠 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