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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빙빙 도는 동물…춤추는 게 아니라 '정형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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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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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2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방문한 한 어린 아이가 정형행동을 보이는 스라소니 한 마리를 지켜보고 있다. 2024.4.28

 

[서울=뉴시스]문채현 수습 기자 = 뉴시스가 찾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동물은 단연 스라소니였다. 전시용 유리 벽에 딱 붙은 채 5m도 되지 않는 좁은 돌길을 꼿꼿하게 걸어 다녔다. 이 행동은 30분 이상 반복됐다. 종종 자신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응시하기도 했다. 이를 보던 일부 관람객들은 "이 친구는 앞에서 많이 움직여준다"며 환호를 보냈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많은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뚜렷한 목적 없이 이상행동을 반복하는 이른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2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정형행동은 비좁은 사육 시설에 갇혀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갖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원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 돼야 한다"며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원에서 정형행동을 보이는 건 스라소니뿐만이 아니었다.

 


[서울=뉴시스] 문채현 수습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전시된 반달가슴곰 한 마리는 1시간이 넘게 전시장에 설치된 작은 우물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2024.4.28

 

야외 사육장에 전시된 반달가슴곰 한 마리는 사육장 내 설치된 작은 우물 주위를 한 시간 넘게 빙빙 돌고 있었다. 대표적인 아프리카 중형 고양잇과인 서발도 벽에 붙은 채 직선 방향으로 걷는 행동을 반복했다.

넓은 수조 안에 있는 남아메리카물개는 구석에서만 헤엄치고 있었고, 동물원 중앙에 자리 잡은 코끼리 두 마리는 각각 사육장 입구와 목재 설치물 옆에 서서 네 다리를 바닥에 고정한 채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열대동물관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임주현(39)씨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동물원에 왔다"며 "다만 오늘 와서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6살, 5개월 두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방문한 이소연(33)씨도 "오후에 오면 동물들이 확실히 지쳐 보인다"며 "동물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동물원이 아니면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비좁은 사육시설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질병·폐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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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행동은 주로 농장이나 동물원, 실험실 등 비좁은 공간에 갇혀 정상적인 사회 관계를 갖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동물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동물의 뇌 구조가 자폐 아동과 같은 상태로 변형되거나 더 심한 이상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물원의 경우 좁은 사육 시설, 야생성을 해치는 급식 방식, 관람객이 동물을 만지게 하는 체험 환경 등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동물원 환경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전시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고래류 등 일부 종은 관람 목적으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형행동을 넘어 질병이나 폐사 위험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 동물은 연평균 400마리에 달했다.

실제 서울대공원에서 수컷 시베리아호랑이 '태백'은 급성 간담도계 질환으로 지난 19일 6살의 나이로 숨졌다. 아울러 서울대공원에서는 최근 5년 동안 13마리의 시베리아호랑이가 잇따라 폐사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동물원 호랑이의 평균 수명인 15살을 채우지 못한 채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호랑이, 돌고래 등 태생적으로 넓은 영역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동물원의 비좁은 공간 등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물원 주인은 동물…정부·시민 모두 동물권에 관심 가져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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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동물원의 환경을 더욱 동물 중심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동물원의 기능이 관상·오락용이 아닌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소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동물 복지 프로그램 등을 동물원 필수 운영 조건으로 지정하는 등 동물원 운영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저희도 동물 스트레스와 정형행동 관리를 위해 이벤트성으로만 진행하던 동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올해부턴 매일 진행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동물원 환경 재조성이나 면적 확대 등 시설 개선엔 예산 등의 한계가 있어, 이런 부분들은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제도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결국 동물원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동물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물원의 기능을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또 동물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 조건으로 동물 복지 프로그램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바오와 같은 인기 동물이 등장하면서 동물 전시 소비와 정형행동 등 여러 문제점이 문제의식 없이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시민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동물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516383?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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