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수꽃·암꽃 옮겨 다닐 벌들이 꼼짝을 안 하네.”
지난 24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한 비닐하우스. 참외 농사를 짓는 김영옥(66)씨가 비닐하우스 앞에 놓인 벌통을 툭툭 쳤다. 김씨 손길에 벌들이 잠깐 나왔다가는 금세 벌통으로 숨어버렸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벌이 참외 꽃을 오가며 내는 앵앵 소리에 귀가 따가웠을 텐데, 이날은 비닐하우스 위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나지 않았다. 김씨는 “지금이면 쏟아져야 할 참외 물량이 지난해 3분의 1밖에 안 나왔다”며 “비가 잦아 수정도 잘 안 되고, 열매를 맺어도 금방 죽기가 일쑤”라 말했다. 지난해 2~3월 성주 지역 강우량은 37㎜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그 5배가 넘는 194㎜가 내렸다. 김씨는 “작년에 한 박스 4만원 하던 게 올해는 9만~10만원까지 올랐는데, 팔 참외가 많지 않으니 (가격 인상도) 달갑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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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신선식품 참외’ 대부분 새벽 수확익일 판매
성주 참외 농가의 하루는 새벽 6시면 시작된다. 김씨처럼 수십 년 참외를 봐온 농민들이 인공지능(AI) 못지않은 눈으로 오늘 수확할 참외를 감별해낸다. 노랗다 못해 누렇게 잘 익어야 합격. 소쿠리에 소복하게 담긴 참외는 농가 공동선별·판매장인 초전농협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성주 5개 공판장에 모이는 참외가 전국 참외의 80%를 차지한다.
이날 오전 11시쯤 초전농협에서 만난 이종윤 초전농협 공판장장은 “마트와 계약한 참외는 이미 실려 나가 내일 전국 마트의 매대에 깔릴 것”이라며 “낮 12시 30분 경매가 열리면 오늘 아침에 딴 모든 참외가 오후에 전국 각지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밭에서 소비자 손까지 하루만에 이어지는 ‘로켓 유통’은 ‘극 신선식품’인 참외 특성 때문이다. 사과·포도 등과 달리 참외는 미리 따서 저장고에 보관하며 수급을 조절할 수가 없다. 궂은 날씨에 물량이 달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날만 좋으면 참외가 홍수처럼 쏟아져 가격이 뚝 내려가는 등 가격 변동성이 크다. 30년째 참외 농사를 짓는 이점덕(66)씨는 “올해는 사과값이 비싸 여름 햇사과가 나오기 전까까지 ‘참외의 무대’를 기대했는데, 물량이 적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참외 판매량은 전년 대비 6% 늘었지만, 이달은 수급이 어려워 전년에 못 미쳤다. 농가에서는 맑은 날이 이어지면 5월부터는 참외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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