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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낳은 자식' 푸바오의 스토리텔링, 어떻게 이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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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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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곰 한 마리가 계속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떠나기 전 인사나 하고 올 걸. 하지만 OTT 시대 수많은 영상이 남아있으니 푸바오 없는 하늘 아래 그나마 위로가 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1,354일을 보낸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4월 3일 멸종위기동물 보호조약인 워싱턴 협약에 따라 쓰촨성 판다기지로 돌아갔다. 토실토실 목화솜 같던 한 존재의 탄생부터 성장을 지켜본 대중이 푸바오를 향해 보여주는 행동은 단순한 팬덤이라고 규정하기엔 그 내면에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이 웃을 일 하나 없던 시기, 197g의 꼬물거리는 존재가 점점 까만 점과 하얀 털을 갖춰가며 100kg에 육박하는 뚠뚠 판다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비밀을 품은 듯 행복해했다. 5만 명의 시민이 푸바오 이름 짓기에 동참했고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이름 말고도 푸공주, 용인 푸 씨, 뚠빵이, 푸룽지, 푸질머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2, 30대 여성들 사이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인기 스타만이 오픈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에선 13일간 약 10억에 가까운 아이돌 스타급 매출을 올렸다. 올가을에는 푸바오 영화까지 나온다고 하니 푸바오는 가고 없지만 푸바오를 향한 애정은 아이돌 브랜드 지수를 능가하는 폭풍 파워를 보여준다.


하지만 전 세계 1,800마리밖에 없는 판다는 태생부터 정만 주고 떠나보내야 하는, 잘 키워 멀리 보내는 자식처럼 애틋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났는지 모른다. 푸바오가 중국 쓰촨성으로 떠나는 날 에버랜드에는 6,000명의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마지막 순간을 배웅했다. 중국으로 돌아간 뒤 계속 앞 구르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달라진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고 허전한 사람들의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한 판다기지 여행 패키지도 등장했다.


'푸바오 앓이'는 그렇게 퍼져나가고 있다. 거기엔 4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보낸, 한 생명체에 대한 양육과 성장의 세계관을 가진 푸바오 덕후들의 팬덤 문화인 '공동의 책임감'이 자리 잡고 있다.


팬덤의 시대에 다가온 이 '판다 열풍'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나무 먹방을 하는 귀여운 판다를 넘어 한국에서 태어나 특별한 개성화 과정을 획득한 푸바오가 사육사들과 보여준 신뢰의 관계성이나, 나아가 엄마 아이바오가 보여준 모성애, 아이바오의 엄마 판다 신니얼이 중국 한 박물관에 박제가 되어있다는 사실이나 아빠 러바오의 눈 주변 털이 빠진 이유가 어릴 적 동물원의 관람 스트레스와 지나친 호객 행위로 인한 눈병 감염 때문이라는 이 판다 패밀리에 대한 스토리는 한국인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작동시켰다. 그런 사연을 가진 부모와 사육사들의 지극정성 속에서 장난기 많고 애교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판다 스토리에 사람들은 연민을 느낀다.


사실에 진실이 더해진 푸바오 스토리텔링은 계속 진화한다. 여기서 한국인 특유의 DNA인 情의 정서는 타국에서 온 판다, 곧 돌려보내야 할 이별이 예정된 존재에 대한 애틋한 보살핌이 개인의 역할이 아닌 개방된 모두의 역할이 되어 돌봄의 주체로서 하나의 커다란 연대감을 느끼게 했다. 즉 푸바오는 평범한 판다 곰이 아닌, 코로나 이후 온 국민이 업어 키운, 마음으로 낳은 자식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병든 현대인의 마음을 건강하게 힐링시킨 작은 생명체가 보여준 치유의 서사는 조건 없는 사랑과 감사로 이어진다. 오늘날 팬덤의 가장 큰 특징인 양육과 감사의 서사가 푸바오 팬덤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가 되는 순간이 있다. '네가 아무리 귀여워봐라, 내가 넘어가나' 하다가도 어느 순간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들어 푸바오 패밀리의 영상을 바라보며 행복하고 '푸멍'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푸바오는 소중한 선물을 주고 떠나간 게 아닐까. 더불어 푸바오를 향한 관심이 나비 효과가 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키는 움직임과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우리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제인 구달의 말처럼, 푸바오를 향한 정과 돌봄의 스토리텔링이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보살필 수 있기를 바라본다.


https://premium.sbs.co.kr/article/s0cFbYABf8S?utm_sourc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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