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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유능한 사람(민희진)이 빠지는 함정 - 하이브 vs 어도어 분쟁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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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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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사람이 빠지는 함정

- 하이브 vs 어도어 분쟁의 본질 -

 

1. '유능한 사람' 은 어느 정도 위치에 다다르면 일종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것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물이 투입된 자본에 비해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생각이다. 근본적으로 이는 자신이 일군 리턴에만 주목을 하고, 상대방의 리스크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2. 민희진 대표가 유능하다는 면에 있어서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시혁과 하이브가 투입한 자본이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였는지에 대한 것에 있어서는 공교롭게도 다들 판단이 다르다. 하지만 자본이 리스크를 감수할 때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업을 할 때의 판단 범위는 아예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3. 가령, 뉴진스라는 그룹이 실패를 했을 때를 가정해 본다면, 민희진 대표는 그 실패에 대한 사업적 책임(본인의 직위를 포함한) 및 본인이 가진 20% 지분에 대한 유한책임만을 지면 된다. 그러나 하이브는 80% 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뉴진스에 투입된 현찰의 기회비용까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4. 즉, 자본배분을 생각하는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결국 뉴진스의 실패가 단순한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회사의 기능에 대한 자본배분의 변경으로까지 이어지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적인 리스크, 가령 인적 자원의 이탈까지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금전적인 리스크의 본질이고 기업 경영이다.

 

5. 하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유능함을 발휘한 사람들은, 그것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돈'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하이브가 문제제기를 했던 어도어 측의 경영권 탈취 시도 근거를 들여다보면, 어도어와 민희진 측이 이 자본의 문제를 다소 우습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6. 어도어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참조하면 기업가치평가에서 약 2조원의 밸류에이션을 받았다. 하이브가 1.6조, 민 대표 측이 0.4조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어도어 측은 3자 배정 유상증자로 하이브 측 지분의 희석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이 3자 배정 유상증자로 80% 대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는게 말이다. 쉽지가 않다.

 

7. 만약 단순히 어도어의 총주식수가 100주고, 하이브가 80주, 민희진이 20주를 들고 있다고 가정하면, 민대표 측은 하이브의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최소한 61주의 유상증자를 해야만 한다. 기업가치가 그대로 2조원이고, 양자의 지분을 희석만 한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61/161=37.9% 이기 때문에 거의 40% 가까운, Majority Deal 을 해야 한다.

 

8. 그런데 이 40% 의 지분이 전액 신주발행으로, 얼마의 밸류로 들어올지가 문제 아닐까? 2조원 그대로 들어온다고 해도 7천5백억인데, 현재 금리 상황에서 그 정도 현찰을 쏠 수 있고, 하이브와의 결별로 인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며, 현재 상황에서 인적 자원은 뉴진스와 민희진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모두를 감당할 투자자는 누가 있을까?

 

9. 또 다른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이다. (즉 66.7% 찬성이 필요하다는 것) 어도어 이사회야 모두 민대표 편이라고 해도, 주총에서 80%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하이브가 과연 자신의 Majority 가 손상되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을 과연 찬성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10. 민대표는 '내가 유능하고 뉴진스는 성공했으니까' 이 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희진의 유능함과 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아예 다른 영역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언론 보도에서는 회계사 출신 A씨가 계속 거론이 되는데, 이 사람이 무엇인가 이 영역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을 확률도 있다.

 

11. 그리고 이 3자배정 유증이 마무리되어 하이브가 소수 지분으로 전락했다고 하더라도, 민대표의 지분은 20/161=12.5% 로 더욱 낮아진다. 이 상황에서 49%의 하이브와, 37.9% 의 잠재적 우호지분을 콘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그의 오만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12. 그 와중에 아일릿을 걸고 넘어지며 '베꼈다' 라고 주장한 것은 더욱 큰 실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체 이 판때기에서 아일릿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들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시키는 대로 콘셉을 소화하고, 연습을 한 죄밖에 없다. 민대표는 무슨 자격으로 뉴진스의 앞으로의 활동까지 담보잡아가며 동료 그룹을 짝퉁이라고 낙인찍는가?

 

13. 본인의 유능함이라는 함정에 빠지면, 이렇게 '시장의 특성' 이라는 것을 잊는 결과가 도출된다. 엔터업계는 그만큼 대형사들 사이에서는 진입장벽이 서로간에 낮은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특성은 영상과 음원 매체를 통해 매일같이 대중에 공개되고, 특히 콘셉의 경우에는 지적재산권 취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가 성공하면 후속 그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다.

 

14. 민대표가 이런 환경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같은 레이블사 내에서 유사한 그룹이 나온 섭섭함이야 있겠지만, 뉴진스와 같은 유니크함을 완전히 복제하기는 어렵다. 뉴진스는 그야말로 뉴진스인 것이기 때문에 아일릿이 설사 제2의 뉴진스를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저 2인자일 뿐이다.

 

15. 하지만 그는 자신감을 가지는 대신,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한 것 말고는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일릿을 짝퉁으로 낙인 찍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 시장의 특징에 대한 명료한 생각, 자신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 자본배분에 대한 이해가 없이, 오롯이 자신이 이뤄낸 것에 몰두한 결과일 것이다.

 

16. 이 일이 어떻게 끝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딱 한 마디만 하고 마무리하겠다. 가질 것 다 가지고, 이룰 것 다 이룬 어른들이, 자기 에고에 빠져서 폭탄조끼는 후배들에게 씌우고 언론으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은, 매우 추하기가 그지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뉴진스와 아일릿이 다치지 않기만을 빈다.


#Hyunsu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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