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장은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 시장 및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을 상대로 214억여원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라.”
지난달 14일 서울고법 행정10부가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 소송단’ 소속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총 1조 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내린 판결이다. 2013년 10월 용인경전철(용인에버라인) 관련 주민 소송이 처음 제기된 뒤 10여년 만에 나온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다.
앞서 1·2심은 “용인경전철 사업은 주민 소송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은 주민 소송이 가능하다며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용인경전철 사업이 명백히 잘못된 수요예측조사로 실시됐다면 주민들은 이로 인해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자체의 민자사업 실패로 발생한 예산상 손해에 대해 공무원은 물론 수요예측을 담당한 연구기관과 연구원들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용인시가 판결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실제로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책임을 물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실제 승객, 예상치 5~13% 그쳐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미 관련 학계와 업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수요예측 분야는 물론 민자사업 전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사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용인경전철의 예상수요가 과도하게 예측된 건 맞다. 2001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1일 예상수요는 13만여 명이었다. 그러나 2013년 개통한 용인경전철의 승객은 예상치의 5~13%에 그쳤다. 최근엔 승객이 많이 증가했다지만 여전히 하루 3만여 명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핵심은 고의성 여부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예상수요를 뻥튀기했느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상당한 오차 가능성이 내재할 수밖에 없는 교통 수요 예측작업의 본질적 또는 불가피한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결과적으로 87~95%나 부풀려진 수치의 예측값은 그 자체로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정도의 차이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고의성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공학과 교수는 “수요예측이 과다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해당 사업의 수요예측이 이루어진 시점이 현재보다 교통량 관련 데이터베이스(DB)와 수요추정 방법론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걸 고려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밀한 교통량 관련 자료를 담은 ‘국가교통 DB’ 구축사업이 1단계 완료돼 자료를 처음 공개한 건 2002년이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민자사업뿐 아니라 공공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자료나 방법론이 정립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요예측을 한 연구원이 고의로 수요를 부풀려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토록 했다고 보는 건 결과론적 해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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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갑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