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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가난한 사람들은 왜 부자처럼 입으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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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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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g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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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 THICK 의 저자 트레시 맥밀런 코텀

 

 

엄마가 우리 옆집에 살던 이웃을 데리고 사회복지 기관을 찾아갔던 일이 기억난다. 나이가 많이 든 그 이웃 여성은 손녀를 기르면서 복지 수당을 신청했지만 지급을 거부당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절차, 복잡한 형식의 서류 작성, 절대 맞출 수 없는 마감일 같은 것에 막혀 복지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엄마가 영화 〈마호가니〉의 다이애나 로스처럼 차려입는 것을 지켜봤다. 엄마는 캐멀색 케이프와 슬랙스를 갖춰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었다. 나는 외동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우리 엄마의 시간을 이웃집 아이에게 뺏기는 것 때문에 약간 짜증이 났다. 아마 그래서 왜 우리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지 물었던 것 같다. 위대한 비비언은 진주 귀걸이를 차면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한나절이 꼬박 걸렸지만 우리 엄마의 점잖은 흑인 연기 — 영국 여왕처럼 품위 있는 표준 영어, 영화 〈마호가니〉 풍의 멋진 의상, 스트레이트파마를 해서 단발로 자른 헤어스타일, 진주 귀걸이 — 덕분에 이웃집 할머니가 1년이 넘도록 해내지 못한 일이 단 몇 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해결됐다.

 

 

 

 

 

엄마를 보면서 나는 이 사회의 문지기들에게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즉 옷을 잘 입고, 말을 잘해야 했다. 물론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사실, 효과가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시도는 해봐야 한다. 불공평한 일이지만, 위대한 비비언이 늘 말했듯이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꼬마야.”

 

 

 

 

 

나는 우리 엄마가 캐멀색 케이프나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얼마에 샀는지 모르지만, 그런 투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수익을 거뒀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회복지 기관의 직원이 자기 앞에 선 여자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여자들과는 다르게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쳐다보는 그 표정, 그리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물어봐야 하는지도 몰랐던 정보를 미리 알아서 가르쳐주는 태도의 변화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아이의 엄마가 자기 아이를 위해서라면 관료 시스템의 권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중산층 부모라는 사회적 신호를 보내서 교장으로 하여금 아이에 대한 판단을 더 신중하게 내리도록 만드는 것을 소비자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나는 가난한 우리 가족이 사회조직과 관계를 맺고 문지기들을 설득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사회적 신호에 얼마의 비용을 투자하는지 모르고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 엄마의 투자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거가 바로 나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지위 상징status symbol*을 사기 위해 멍청하고 비논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최고로 부유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이와 비슷한 선택을 하리라고 짐작된다.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기를 원한다. 그저 심리적으로 보상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취업이냐 실업이냐, 나쁜 일자리냐 좋은 일자리냐, 혹은 집이냐 노숙자 쉼터냐 등의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도 K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한 옷만으로도 단정한 복장은 갖출 수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정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아파트 단지의 관리인은 내가 몰던 소형 니산 자동차가 깨끗한 것을 보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봤다고 누누이 말하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존스뉴욕 브랜드 정장을 입고 간 것도 합격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면접관은 그 정장이 어느 브랜드인지 한눈에 알아봤고, 면접 중 그 브랜드에 대해 내게 질문까지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으로 취업 면접을 하러 갔을 때 채용 담당자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내 차림새를 살폈다. 나중에 그녀는 그때 내가 콜센터에서 일하기에는 용모가 너무 세련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리하여 나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대신 콜센터 직원들을 훈련하는 일을 맡았고, 그 덕에 야간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더 나은 직급과 월급을 보장받았으며, 이직 후에도 초봉을 더 높게 책정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경험담이 대여섯 가지는 더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아니다. 여성과 유색인종에게는 백인 남성에게 적용되는 것과 다른 외모 기준이 더 엄격하고 더 가차 없이 적용된다는 실증적 증거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문지기들이 왜 내가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는지를 자기들 나름의 방법으로 내게 알려줬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가 전형적인 흑인 혹은 전형적인 여성이 아니라는 신호를 그들에게 어떻게 적절하게 보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 했던 것이다. 흑인이라는 정체성 더하기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거의 항상 가난하다는 정체성과 동일시되는데, 내가 보내는 신호는 내가 그렇지 않다는 정보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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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 THICK | 트레시 맥밀런 코텀 저/김희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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