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도 약과야 선장 네가 본 건 아주아주 다 작은 일이라고
이보다 더한 일이 얼마나 더 많았는데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머리 뜯고 싸우고 테이블 뒤엎고 쫓겨나고
나도 이해해,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잘 못 봤으니까
이상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영희 같은 애를 길거리에서 흔히 못 보는줄 알아?
나처럼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영희 같은 애를 대부분 시설로 보냈으니까
한때는 나도 같이 살고 싶었어
근데 같이 살 집 얻으려고 해도 안 되고, 일도 할 수 없고
영희, 어쩌면 일반학교에서 계속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어
그런데 일반학교에서는 거부하고 특수학교는 멀고 시내 가까운 데엔 특수학교 못 짓게 하고 어쩌라고
시설에 보내면 보낸 날 모질다고 욕하고, 안 보내면 오늘 같은 일을 밥 먹듯이 당해야 돼 대체 날더러 어쩌라고
영희도 다 알아 개도 고양이도 감정이 있는데 영희도 자기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거 다 안다고
내가 20년도 훨씬 전에 자기를 지하철에 버리려 했던 것도 다 안다고! 다 기억한다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영희는 다 알아
내가 자기를 얼마나 버거워하는지 다 안다고
그래서 추운데도 저렇게 밖에 있는 거야 자기가 내 눈 앞에서 없어지면 내가 화를 덜 낼 줄 아니까
지금 이 소리도 영희는 다 듣고 있다고
근데 나는 모른 척할 거야 영희는 감정도 없고 머리도 모자라서 지금 내가 하는 말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을 거야 그저 밥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그런 애라고 믿을 거야
그래야 내가 다시 쟤를 시설로 보낼 때 내 마음이 편하니까
모자란 애는 함께 살 수 없는 세상이니까
내가 아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아?
제발 영희 같은 애를 낳아라 아니면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나 돼라
억울해
왜 나한테 저런 언니가 있는지 억울해
왜 우리 부모님은 착하지도 않은 나한테 저런 애를 버려두고 가셨는지 억울해
근데 나도 이렇게 억울한데 영희는 저렇게 태어난게 얼마나 억울하겠어
<우리들의 블루스> 15회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