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이름조차 읽을 수 없다
동지인줄 알았으나
그 모든 순간 이방인이었던 그는
적인가, 아군인가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살다 멎는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베, 블란서 양장, 각국의 박매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뿐이오
혹시 아오?
그날 밤 귀하에게 들킨 게 내 낭만이었을지
누구나 제 손톱밑의 가시가 제일 아플 수 있어
근데, 심장이 뜯겨나가본 사람 앞에서
아프다 소리는 말아야지
그건 부끄러움의 문제거든
내 눈엔 자넨 백정이 아니라 그저 백성이야
그러니 바로알게, 내 눈빛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자네를 그리 본 것은
자네가 백정이라서가 아닐세
변절자여서니
평안하지 않습니다
어쩌자고 전, 답을 하고 싶어지는걸까요?
하마터면 잡을 뻔했습니다
가지말라고, 더 걷자고 멀리까지만
나란히.
조선에서 전 저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저기로... 저기 어디 멀리로 자꾸만 가고 있습니다
한성에는 언제오십니까?
보고싶습니다 쓰고보나 이 편지는
고해성사 같아서 부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뛰지 봐서 알텐데?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봄이 왔나보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오늘 나의 사인은... 화사요
이놈, 칼을 씁니다
제가 처음으로 벤 이가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고르고 골라 제일 날카로운 말로 애기씨를 베었습니다
아프셨을까요?
여즉 아프시길 바라다가도,
아주 잊으셨길 바라다가도
안되겠지요 나으리,
제가 다 숨겨주고 모른척해도
안되겠지요 이놈은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진 마십시오
그 생각을 내가 안 해봤을 것 같소?
가보지도 않은 미국의 거리를 매일 걸었소
귀하와 함께, 나란히...
그곳에서 공부도 했고, 얼룩말도 봤소
귀하와 함께 잠들었고, 자주 웃었소
그렇게 백 번도 더 넘게 떠나봤는데,
그 백 번을 난 다 다시 돌아왔소
울지 마시오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
그래서 가는거요 당신의 승리를 빌며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인사는 짧았다
잘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