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선 매일매일 좋은 일과, 나쁜 일과,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일들이 인총만큼이나 무수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거야말로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숨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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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그 여자네 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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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엉망진창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를 포기할 권리, 삶의 숭고함에 나를 헌납하여 삶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체념을 선택할 권리, 그러니까 한없이 나약할 권리, 끝없이 불안할 권리, 권태로울 권리와 공허할 권리, 그리하여 질 나쁜 인간의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질 좋은 고독을 향유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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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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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혼은 너무 많은 모순으로 가득합니다
신앙도, 사랑도, 열정도 없습니다
영혼도 저를 끌어당기지 못하고
천국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텅 빈 곳으로만 보입니다
이 모두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느님께 계속 미소지을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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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사 수녀, 「제 영혼은 모순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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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귀가 사랑의 소리를 더 따라가길 원합니다. 때론 소음에 지워진 듯 보여도 사랑의 소리는 틀림없이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웃음의 빛으로 떠오른다는 걸 저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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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작가노트 김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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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부로 직접 저 햇살 받는 행복!
내 귀로 직접 저 물소리 듣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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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시선330 유홍준 시집 『저녁의 슬하』의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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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은 의지, 깊게 뿌리박은 의지다. 누군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겠다는 의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유한 이상을 지향하는 그 누군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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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공부하는 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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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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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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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표출되는 양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덜 느낀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그만큼의 약함과 그만큼의 악함으로 악착같이 견딥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필사적으로 버팁니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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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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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휘둘리는 그대에게
가족 챙기는 것도 좋고, 친구 챙기는 것도 좋지만
다른 누구보다 '내 영혼부터' 잘 관리하고 아껴나가는
'영적 이기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나 아닌 것들'에 휘둘리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살 수 있습니다.
- 정말지, 「자신을 위한 기도부터」, 『바보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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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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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가죽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