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 지는요. 이래 별 밝은 날도요.
그냥 별이 밝다 그러면 미안시런 맴이 들고요.
또 아침에 쌍봉 아래로 안개가 자욱이 핀 걸 보고
기냥 안개가 많이 낐다 그라고 나면
또 고운 안개 길한테 미안한 맴이 들어요.
꼭 별님한테 맞는 말이 있을 거 같은디 그게 뭐꼬..
록이 눈은 진짜구나. 눈도 귀도 코도 입도 다 진짜다.
가짜 눈도 있는 겨?
그럼 있지.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양 가짜로 말하는 입도 있다
장모님이 보고 싶은 모양이구먼
그런 거 아니에요.
마음에 맺힌 것이 있는데 술을 마셔도 화를 내도
소리를 질러도 풀어지지 않을 때 말입니다.
나는 시를 씁니다.
임자도 한번 해보시오.
놀립니껴
지 글 몰라요.
글은 차차 배우시오.
글을 몰라도 시를 읊을 수는 있으니까.
뵈올까 바란 마음 그 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 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올가 하노라
잠조차 없는 밤에 촉 태워 앉았으니
이별에 병든 몸이 나을 길 없오매라
저 달 상기 보고 가오니 때로 볼까 하노라
내 돌아가신 할배 생각날적에 썼던 시요.
내 골방에 커튼을 걸고
정성스런 맘으로 황혼을 맞이하오니
바다에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마음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내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세주, 자네말이 맞았네.
나에겐 분노가 없네.
나를 타오르게 하는것은 분노가 아니었네.
그것은, 슬픔이네.
지독한 슬픔.
세주, 또 다시 전쟁은 안 돼
지독한 슬픔의 광둥이 몰아치려 하네.
그래, 빨간 벽돌로 지은 2층짜리 문화주택에서
아들 딸 낳아 키웁시다.
조선이 독립하면
임자랑 나랑 일본 열도를 구석구석 구경 합시다.
내친김에 저기 불란서도 가고 아메리카도 갑시다.
조선이 독립하면
나는 일본도 아메리카도 러시아도 미워하지 않고
그리할 수 있을 거 같소.
조선이 독립하면. 조선이, 독립하면..
이게 뭐꼬?
한번 대차게 살아보자 했더니 이게 뭐꼬?
이게... 이게 뭐꼬?
우리 동리 아들 다 데려다 연회관 구경도 하고
어매아배랑 아메리카도 가고
예쁜색시랑 같이 한강보트도 타고 싶었는데...
이게 뭐꼬?
날 때부터 발에 쇠고랑을 찬 채
평생 다리도 펼 수 없는 작은 감옥에 갇혀살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 곳이 세상의 전부려니
별 불평도 없이 살았는데 말입니다.
딱 하루, 창이 열리더니
달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내는 그만 달빛을 사모하게 되었지요.
이제 평생 달빛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달빛을 보게 된 건,
사내에게 잘 된 일입니까?
아니면 잘 안 된 일입니까?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011년 MBC 광복절 특집극, 절정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이원록)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고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엠사에서 애지중지하는 드라마라고 알고있음. 진짜 수작.
각본 음감 연출 다 좋았고 두 배우의 연기가 진짜 일품이야
대한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