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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유용/추천 📚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속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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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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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았거나 한때 고민했던 모든 것은 사소한 것으로 변했고, 예전에 내가 몰랐던 것들은 숨어 있던 곳에서 하나씩 나타나 내게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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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예전 삶과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워졌다. 그래서 어떤 재앙에 의해 삶이 돌이킬 수 없이 변해 버린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 또한 내 삶이 다시 예전의 궤도로 돌아갈 것이고, 지금 내 앞에 벌어진 일은 어떤 끔찍한 사고도 재난도 아니라고 믿음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내 등 뒤에 펼쳐져 있는 책의 존재가 손에 닿을 듯이 너무도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내 인생이 어떻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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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유리창 뒤에 서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옅은 색보다도 더 옅은 색 속으로 녹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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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다. 책이 나를 굴복시키고 이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기를 기원하며, 경외심을 갖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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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은 그 방을 떠나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침마다 그 방을 나와서 밤마다 그 방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한, 자난이나 그 나라, 둘 중 어느 쪽에도 가까워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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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나를 숨겨 주었다. 나를 지켜 주고, 길을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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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았던 것이 이것이었고, 내가 원했던 것 또한 이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찾은 것을 어떻게 가슴속에서 느꼈던가. 평온, 잠, 죽음, 시간! 나는 그곳에도 존재했고, 이곳에도 존재했다. 나는 평안 속에도 있었고 유혈이 낭자한 전쟁 속에도 있었다. 유령 같은 불면 속에도 있었고 끝없는 잠,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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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생각한 바에 의하면, 사실 그 순간은 완벽하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내 몸에는 새 영혼, 내 앞에는 새 인생, 내 주머니에는 돌돌 만 돈, 그리고 하늘에는 새 별들이 있는데, 무엇이 부족한가? 나는 그 빠진 부분을 찾아낼 것이다.
인생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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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은 내가 다른 곳, 다른 시간에 있기를 원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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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기 때문에 그는 침묵하곤 했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슬픔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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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 둘의 인생에서, 버스 여행 중의 태양이나 물처럼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논쟁할 필요조차 없는 근본적인 것이었고,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얼굴에 비친 책의 빛 때문에 길을 나섰고, 직감을 따라 그 길을 나아가려고 했을 뿐,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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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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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을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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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사실 새로운 인생을, 새로운 세계를 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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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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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웃어 줘. 그래서 내가 그 세계의 빛을 한 번이라도 네 얼굴에서 볼 수 있게끔.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손에 책가방을 들고 과자를 사기 위해 들어갔던 빵집의 따뜻함을 기억하게 해 줘. 더운 여름날 부두에서 바다로 얼마나 신나게 뛰어들었는지를 기억하게 해 줘. 기억하게 해 줘. 첫 입맞춤을, 첫 포옹을, 혼자 꼭대기까지 올라갔던 호두나무들을, 내가 황홀해했던 여름밤을, 즐거움에 취했던 밤을, 내 이불 속을, 나를 좋아하며 바라보았던 예쁜 아이를 기억하게 해 줘. 그들은 모두 그 나라에 있어. 그곳에 나도 가고 싶어. 도와줘. 도와줘. 숨을 쉴 때마다 내가 조금씩 소멸해 가는 것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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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듣고 있던 나는 시간은 사고이며, 우리는 사고 끝에 이곳에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이와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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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계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순간이 오면 그것을 알아채고 자동으로 멈춘다고 했다. 그렇게 행복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불행한 순간에는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세상에,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군.’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고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겠지. 노인이 내게 보여 준 이 똑딱거리는 작은 시계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잠든 밤 시간 동안 자동으로 시간을 계산해서 아침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과 함께 일어나게 해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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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끝날 것 같아?”
자난은 “모르겠어. 그렇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단 낫잖아, 그렇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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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인생이었다. 그 어떤 다른 것이 아니라, 천당이나 지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이곳에, 눈부신 인생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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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스탄불의 생활도, 파리의 생활도, 뉴욕의 생활도 원하지 않았다. 살롱, 달러, 아파트, 비행기 뭐든 마음대로 가져가라. 라디오, 텔레비전(우리에게도 우리의 화면이 있다.)도 가져가라. 컬러 신문도 가져가라! 우리에게는 그들에겐 없는 것이 있다. 보아라, 내 심장을. 진정한 인생의 빛이 그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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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언어로 생각을 하면서, 이미지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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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달빛 아래서, 시간은 무엇이냐고 우리에게 물었을 때, 혹은 인생은 무엇인가, 슬픔은 무엇인가, 운명은 무엇인가, 고통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때 명백했던 답들이, 시험 전날 밤을 세운 학생이 답을 헷갈리는 것처럼 서로 섞여 버리고 말았소. 어떤 바보는 시간이 소음이라고 말했소. 어떤 불운한 사람은 사고가 운명이라고 했소. 또 다른 사람은 인생이 책이라고 했소. 우리는 혼란에 빠졌고, 맞는 답을 우리 귀에 속삭여 줄 천사를 기다리곤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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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모든 세계를 연상시키는 그런 것이야. 어쩌면 모든 책이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하고.”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책은 실제로 책 속에 존재하지는 않으면서도, 책에 쓰여 있는 말을 통해 내가 그 존재감과 지속성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의 일부분이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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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 인생의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죽는 것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결코, 결코 원하지 않았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속 문장들 https://theqoo.net/square/307930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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