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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다시는 무채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무명의 더쿠 | 08-19 | 조회 수 20951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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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속 번져가는 물감처럼
아주 서서히 아주 우아하게
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다시는 무채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넌 그렇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김정수,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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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 이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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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박건호, 섭씨 100도의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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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최승자,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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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분명
꽃인데
물러나면

자리에 눈물



 

구재기,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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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조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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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스쳐가면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파도가 지나가면
바다가 흔들리는데


하물며 당신이 스쳐갔는데
나 역시 흔들리지 않고
어찌 견디겠습니까

 

김종원, 한 사람을 잊는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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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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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유치환,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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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한명씩 있다
너무 쉽게 잊기엔 아쉽고
다시 다가가기엔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일

 

허연, 얼음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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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훔쳐온 불꽃이였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듯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 옛날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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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류시화,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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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네 마음속에 있다
그러니 어찌 네가 편할 것인가
그리고 내게
네 마음밖에 그 무엇이 들리겠는가

 

황인숙,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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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
까맣게 몰랐다

 

이정하, 눈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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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 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져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건 아니지만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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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

 

윌리엄 스탠리 머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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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도종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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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류시화, 물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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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보다 더 큰 슬픔은
이별을 예감하는 순간이며

당신의 부재보다 더 큰 슬픔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당신의 마음은
더 이상 여기 있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같이 있으면서도 늘 내 것이지 못한 사람아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박성철,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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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서안나,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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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엔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엔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엔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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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과 영혼을 갈갈이 찢어
당신을 위해 쓰게 하시고
제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하소서

 

시몬느베이유, 헌신의 기도

 

 

 

 

 


 


출처 :*여성시대*    글쓴이 : 봄 맞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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